[교실로 돌아간 학교체육]충북상업정보고 운동부 코치가 학업스케줄 맞춰… 전체 훈련계획 짜고 사전에 공지 과목별 선생님들이 선수들 위해 따로 유인물 만들어 학습 돕기도 “성적 올라가니 자신감도 올라… 운동-학업 병행하는 저를 보며 친구들도 스쿼시에 관심 갖게돼”
충북상업정보고 스쿼시부 선수로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정태경(왼쪽)과 이소진은 학교 측의 배려로 학업과 운동을 효율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수업을 마친 정태경과 이소진이 청주국제스쿼시경기장에서 훈련을 시작하기 전 라켓을 들어 보였다. 청주=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선생님이 수업 핵심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해 ‘프린트’ 해주세요. 훈련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지만 학교 진도를 못 따라가거나 시험을 못 볼 것 같다는 스트레스는 안 받아요.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다짐이 계속 생겨요.”
전문 스쿼시 선수인 충북상업정보고 이소진(17)의 가방엔 학교 선생님들이 살뜰하게 챙겨준 과목별 학습 복사물이 가득 들어 있다. 운동하느라 따로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은 이소진은 틈날 때마다 이를 챙겨본다.
지난해 여자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된 스쿼시 유망주 이소진은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운동과 학업을 효율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학교 측은 스쿼시 선수들의 훈련이나 대회 일정 등을 고려해 수업 참여나 학습 진도 보충에서 많은 배려를 해준다. 과목별 선생님들이 선수용 맞춤 유인물을 만들어 훈련장이나 경기장을 찾기도 한다.
이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대표 정태경(17)도 “과에서 5등 정도 한다”며 “성적이 올라가니 친구들이 더 많이 나에게 관심을 갖는 것 같고, 스쿼시를 해보고 싶어 한다. 늘어나는 친구들을 보면서 국가대표가 꼭 돼야겠다는 다짐이 더 생긴다”고 말했다.
학교가 운동선수에게 무작정 학업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학습 효과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운동과 학업을 함께 잘하려 한다. 선생님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필요사항을 요청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이원석 충북상업정보고 스쿼시부 코치(청소년대표 코치)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학업과 운동 스케줄에 따라 훈련 목적과 방식을 더한 전체 훈련 계획을 사전에 공지한다. 이 코치는 “선수들이 훈련에 몰두할 때와 입시 등을 위한 관련 학업에 집중하고 싶은 때 스케줄을 스스로 조정하면서 ‘두 토끼’를 잡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스쿼시연맹도 선수들이 청주국제스쿼시경기장에서 자유롭게 훈련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장비 지원은 물론이고 경기장 건물에 휴식과 자율 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줬다. 김두환 충북스쿼시연맹 전무는 “자발적인 학습권이 보장된 육성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인근 학교, 생활 체육계에서도 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폐교나 공간이 비는 학교 교실에 스쿼시 코트를 설치해 학생과 지역 주민들이 활용하는 프로그램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