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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일 때만 좋은 사람, 내가 당하면 싫은 정책[오늘과 내일/박중현]

입력 | 2021-11-04 03:00:00

당장은 달콤한 ‘내 편 챙기기’ 정책
정말 나에게 도움 되는지 고민할 때



박중현 논설위원


직장, 학교에 다니거나 단체게임을 할 때 같은 부서, 같은 팀에 있는 게 득이 되는 사람이 있다. 이해타산에 밝고 잘잘못 따지길 주저하지 않으며 때로 유능하기까지 한 ‘빅 마우스(Big Mouth)’들이다. 다른 팀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우리 편에 손해나는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목소리를 높인다. 실적이나 성과가 타 팀과 비교될 경우 이런 사람이 리더면 가만히 앉아서도 떡고물이 생긴다. 다만 이런 사람이 남의 편이 되면 생각이 확 바뀔 수 있다. 그가 자기편의 작은 손해를 과하게 문제 삼거나 이익을 더 챙기려고 다투는 걸 보면서 중요한 삶의 교훈을 얻게 된다. ‘내 편일 때만 좋은 사람도 있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수장을 맡았던 성남시, 경기도 주민들은 목소리 큰 지자체장 덕을 많이 봤다. 그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임대주택 부지 대신 받은 1822억 원 중 942억5000만 원은 지난해 성남시민에게 10만 원씩 돌아갔다. 올해 9월 이 후보가 경기지사로서 내린 공익처분 때문에 고양 김포 파주 시민들은 지난달 말부터 일산대교를 건널 때 1200원의 통행료를 절약하고 있다. 경기도민은 ‘지역화폐’란 이름의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생필품 구매비 등을 5∼10% 아낄 기회도 다른 지역보다 많았다.

같은 사안을 이 후보 상대편에서 불이익을 당한 이들 눈으로 보면 사정이 많이 달라진다. 대장동 ‘민관 개발’로 땅을 강제 수용당한 원주민들은 시세의 절반에 땅을 넘겨 손해를 봤다. 성남시가 임대아파트를 짓는 대신 수익을 챙기면서 이 지역 서민들은 저렴한 새 아파트에 거주할 기회를 잃었다. 일산대교 무료화로 국민연금이 잃을 최소 2000억 원, 많게는 7000억 원의 기대수익은 다리를 이용할 일이 없는 다른 지역 경기도민들까지 두고두고 세금으로 물어줘야 한다. 국민연금이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 지금 30대가 노인이 됐을 때 찾아올 연금 고갈 시기가 손해 규모만큼 앞당겨져 더 불안한 노후를 맞을 수도 있다.

지역화폐에 관해선 작년 10월 국책연구기관과 이 후보 간에 한바탕 논쟁까지 벌어졌다. 지역화폐의 경제 효과를 낮게 평가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를 두고 이 후보는 “얼빠졌다”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비난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특효약처럼 홍보해온 지역화폐에 대한 비판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액면가 8%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지역화폐는 지자체가 주민, 지역상인에게 생색내기에는 좋지만 전체 국가경제엔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이 ‘예산 따먹기’ 경쟁에 나서면서 올해 지원 예산은 1조522억 원으로 급증했다. 3분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손해보상에 썼으면 44%를 덧붙여 나눠줄 수 있는 큰돈이다.

이런 ‘내 편 챙기기’ 정책을 통해 이 후보는 많은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그런 그가 이젠 전 국민에게 연 100만 원, 청년 200만 원씩 나눠준다는 ‘기본소득’을 내걸고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전 국민이 자기편이 돼주길 바라는 것일 게다. 전초전으로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으로 짜는 내년 예산안에 이재명표 재난지원금 15조∼25조 원을 반영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국가부채 비율이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정부에 훈수까지 뒀다.

그런데 돈을 호주머니에 꽂아준다는데도 이 후보의 청년층 지지율이 영 신통치 않다. 나눠주는 돈이 자신들이 평생 일해 세금으로 갚아야 할 부채라는 걸 눈치챈 게 아닐까. 하긴 나랏빚 1000조 원을 넘기면서 초단시간 알바만 늘린 정부를 경험했다면 어떤 게 진짜 내 편이어서 하는 정책인지, 아니면 결국 내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정책인지 깨달을 때도 됐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