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씨가 피트니스101 광화문점에서 웨이트트레이닝 암컬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을 26년째 즐기고 있는 근육운동 덕에 떨쳐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논설위원
2년 전 사람관계에서 오는 상실감으로 고민이 많았다. 믿고 의지하던 사람까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 우울한 나날이 이어졌다. 그래도 1996년 초부터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국제회의 통역사 조재범 한국외대 EICC학과 외래교수(49)는 공부 스트레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근육운동 덕분에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을 떨치고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2019년부터 크고 작은 안 좋은 일이 이어졌다. 일도 잘 안 풀리는 데다 늘 의지하던 분까지 떠나니 모든 게 공허했다. 그런데 습관이라는 게 무서웠다. 우울할 때마다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갔다. 자칫 깨질 수 있었던 삶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 근육운동이 있었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한껏 땀을 흘리다 보면 우울한 세상을 잊을 수 있었다. 우울증을 완전히 떨쳐내는 데 2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근육운동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조 교수는 동시통역을 공부하던 때 스트레스가 많았다. 순수 국내파로 해외에서 공부한 학생들과 경쟁하다 보니 늘 모든 게 부족하게 느껴졌다. ‘저 친구는 왜 저렇게 잘하지?’ ‘왜 난 이렇게 못하는 거야?’ 스트레스 없는 공부가 없겠지만 그가 느끼기에 동시통역은 유독 심했다. 통역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면 어떨까 하는 우려감에 경쟁자들에게서 느끼는 열등감까지….
통역번역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그는 운동을 계속하긴 했지만 ‘저 친구 헬스 좀 했네’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제대로 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무렵이다. 조 교수는 “운동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속칭 ‘각(근육)’이 제대로 안 나왔다. 내 불찰도 있었지만 좀 억울했다. 그래서 체계적으로 운동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상체, 하체, 코어 3분할로 나눠 몸을 만들었다. 근육운동도 피로 해소를 위해 부위별로 나눠서 해야 효과적이다. 매일 오전 6시 30분 헬스클럽으로 달려갔다. 헬스클럽은 서울 광화문과 명동 등 2군데에 등록했다. 한국외대와 경희대 학부 통번역학 강의를 나가기 때문에 시내에 있는 시간이 많을 땐 명동에서, 집(독립문)에 있을 땐 광화문에서 운동을 한다. 매일 2시간 운동하는데 끝날 때쯤엔 꼭 유산소운동을 한다. 근육운동을 한 뒤 트레드밀을 달리거나 고정식자전거를 타는 유산소운동을 하면 에너지 소비량이 더 높다.
조 교수는 지난해 10월 아마추어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해 40대 이상부 1위를 했다. 그는 “코로나19 탓에 혼자 출전해 1위를 하다 보니 좀 멋쩍었다. 그래서 20일 서울보디빌딩협회에서 주최하는 ‘미스터 서울’ 마스터스부문에 출전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려면 더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 목표가 있어야 운동 효율도 좋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는 아침저녁 3시간 이상 몸을 만들고 있다.
조 교수는 26년째 근육운동을 하며 긍정의 선순환을 체감하고 있다. 그는 “근육운동은 스트레스로 날려줬고 공부 집중력도 높여줬다. 삶도 활기차졌다”고 했다. 다음 날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음주량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그는 “운동을 하다 보면 가사에 등한시할 수 있지만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집에 가면 아내와 아이들도 반겨준다. 또 미안한 마음에 더 가정에 봉사한다. 이런 게 선순환 아니겠나”라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