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패닉바잉’ 리포트]〈하〉‘내집’ 여부, MZ세대 갈등 불씨 소득 비슷해도 아파트 소유 따라… 자산 차이 최소 수억 이상 벌어져 무주택 2030 “미래 불안해져” 호소… 유주택자는 “집값 더 오르길” 기대 전문가 “젊은층 주택마련 기회 줘야… 세대내 양극화, 큰 사회문제 될수도”
#1. 2016년 결혼한 남모 씨(36)는 올 7월까지 서울의 한 공무원 임대 아파트에서 살았다. 지난해부터 이사할 집을 알아봤지만 임대 보증금 9000만 원으론 인근 빌라 전세조차 벅찼다. 막막하던 차에 지난해 말 서울 강남권 공공분양(전용 70m²) 추첨에 당첨돼 올 8월 입주했다. 5억4000만 원에 분양받은 아파트는 12억 원으로 올랐다. 그는 “아파트 장만 후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2. 공무원 김모 씨(35)는 올 8월 남 씨가 살던 공무원 임대 아파트로 이사했다. 2년간 지방 파견을 끝내고 서울로 복귀하면서 집을 알아봤지만 집값과 전셋값이 너무 올라 대안이 없었다. 청약엔 번번이 떨어졌다. 그는 “첫아이가 내년에 태어나는데 잘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 집값 급등으로 세대 내 양극화 심해져
직장인 양모 씨(31)는 2016년 재건축이 임박한 서울 노원구 아파트를 ‘갭투자’로 샀다. 정부가 빚내서 집을 사라고 했던 시기여서 대출도 쉬웠다. 당시 매매가는 2억1000만 원. 전세 보증금을 뺀 1억4000만 원은 저축과 은행 대출, 부모 도움으로 마련했다. 지난해 재건축을 마친 이 단지 호가는 15억 원(전용 84m²)에 이른다. 양 씨는 “지난해 노원구 집값 상승률이 서울 1위를 한 걸 보고 집 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면 무주택 20, 30대들은 “미래가 불안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주거가 안정돼야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는데 전셋집조차 구하기 어려우니 출발선에 서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이들은 교육 격차를 걱정했다. 서울 내에서도 학군이 좋은 지역과 나머지 지역 간 교육 인프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 6명 중 1명은 “주택 구입 자포자기”
급등한 집값에 주택 구입을 포기한 사람, 이른바 ‘주포자’가 적지 않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 사기를 포기한 무주택자가 많아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가 잡코리아에 의뢰해 20, 30대 687명을 온라인 설문한 결과 6명 중 1명(17.3%)은 ‘향후 주택을 살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자금 조달이 힘들기 때문’(64%)을 든 사람이 가장 많았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