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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꺾인 채 이리저리 끌려다녀…故 황예진씨의 ‘그날’

입력 | 2021-11-04 07:52:00


고(故) 황예진 씨(왼쪽)와 범행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와 다투다 폭행당해 숨진 고(故) 황예진 씨(25). 이른바 ‘마포 데이트폭력’ 사건 당일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미공개 폐쇄회로(CC)TV 영상이 3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영상엔 폭행으로 쓰러진 황 씨가 남자친구에게 목까지 꺾인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황 씨는 지난 7월 25일 자신이 살던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였던 이모 씨(31)에게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맞은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8월 17일 끝내 숨졌다.

해당 사건은 언론을 통해 당시 CCTV 영상 일부가 공개되면서 공분을 샀다. 이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JTBC 뉴스룸’은 3일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건 당일 CCTV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영상을 보면 이 씨는 의식을 잃은 황 씨를 끌고 건물 1층 엘리베이터에 탄다. 이 씨는 황 씨의 상체를 두 팔로 끌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황 씨의 머리는 앞뒤로 꺾이는 모습이다. 끌려다니는 황 씨가 지나간 자리에는 핏자국이 선명히 남아있다.

황 씨가 살고 있던 8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으나 이 씨는 다시 1층 아래 로비 층을 눌렀고, 황 씨를 끌고 다시 내려왔다.

다툼은 집안에서 먼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가 자신을 붙잡는 황 씨를 침대 위로 밀쳐 넘어뜨리자, 황 씨가 맨발로 따라 나와 머리채를 잡았다. 그 뒤 이 씨는 황 씨를 10번 정도 벽에 밀쳤다.

싸우다 바깥 주차장으로 향하는 언덕에서도 이 씨의 폭행은 계속됐다.

이 씨는 당시 119 신고를 하면서 “머리를 내가 옮기려다가 찧었는데 애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절했다”며 폭행은 언급하지 않았다. 황 씨 어머니는 “거짓으로 신고해서 우리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을 다 놓쳐버렸다”고 주장했다.

15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한 A 씨 모습. 뉴스1



경찰은 당초 이 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이 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은 한 차례 구속 기간 연장을 거친 끝에 지난달 6일 이 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으나, 황 씨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살인죄 미적용’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유족 측은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구형을 통해 비참하게 죽어간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의 사무친 원한과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4일 오전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한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