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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인사이트] 거리에 범람하는 쓰레기, 모빌리티로 해결한다?

입력 | 2021-11-04 15:42:00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쓰레기도 거리두기 해제? 사람들과 함께 거리로 나온 쓰레기들

우리나라는 611일 동안이나 지속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지난 11월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거리두기 체계를 개편하고, 3차례에 걸쳐 방역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죠. 그 동안 우리 국민 모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최대한 밀집 공간을 피하고, 가정이나 분리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요. 그러다 보니 일상을 회복한다는 취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은 아닌 만큼 아직 우리 모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그런데 일상회복을 위한 첫 단계를 시작하지도 않은 지난 10월 30일, 코로나 시국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색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이태원과 홍대, 강남 일대에서 대규모 할로윈 행사와 파티가 열리고, 수많은 사람이 가지각색의 복장으로 거리를 활보했죠. ‘할로윈’이라는 특수성 때문일 수 있겠지만, 지난 2년간 거리두기로 인해 조여왔던 답답한 마음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걱정입니다. 이제 막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과 맞물려, 혹시나 사람들이 경계심을 풀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수 있으니까요.

할로윈을 하루 앞둔 10월 30일 오후 10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모습, 출처: 동아일보DB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할로윈 파티가 끝난 다음날 아침, 거리의 풍경입니다. 많은 사람이 다녀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는데요. 바로 엄청난 양의 쓰레기였습니다. 이렇게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라 유동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란 예상에 공공시설 청소 관계자들의 한숨은 날로 깊어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부작용이네요.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 있으면서 증가한 배달 쓰레기도 문제인 듯하고… 일상회복 후 길거리로 사람들이 몰려나와 버리는 쓰레기도 문제겠죠?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 행태는 바뀌었습니다. 쓰레기 발생 양상도 변화했어요. 하지만, 원인이야 어떻든 근본적인 문제는 ‘발생한 쓰레기의 양’과 ‘어떻게 쓰레기를 처리하느냐’겠죠. 지난 2019년 세계은행(The World Bank)이 발간한 ‘Trends in Solid Waste Management’에 따르면, 1인당 하루에 만들어내는 평균 쓰레기양은 0.74kg으로, 많게는 4.54kg에 이릅니다. 2050년도에는 그 양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죠. 쓰레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The World Bank, Trends in Solid Waste Management


국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폐기물량을 살펴보면, 1996년 18만 573톤이었지만, 2019년 49만 7,238톤으로 2.7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세계 트렌드와 비교했을 때 매우 빠른 증가세이죠. 앞으로 쓰레기 발생으로 인한 피해와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종류별 폐기물 일평균 발생량, 출처: 환경부, 2019년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쓰레기 처리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어요.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하는 정도로 인지하고 있었거든요. 환경미화원 분들이 이른 아침에 쓰레기를 수거해 처리장까지 옮기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지자체 주도하에 폐기물을 관리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폐기물 관련 문제는 사회적으로 계속 발생하는 만큼 우리 스스로도 폐기물 처리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죠.

현재, 전세계적으로 폐기물 수거 관련 물류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 관련 규제도 변하고 있구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센서, 무선인식(RFID), GPS 등 기술을 활용하는 폐기물 관리 솔루션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관리 산업은 수집, 운송, 처리, 재활용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관리 단계별로 효율성 문제, 특히 폐기물의 수집·운반 등에 따른 운영비 문제를 빼놓을 수 없어요. 그래서 스마트 폐기물 관리 도입을 늘리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산책로 곳곳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 출처: 동아일보DB


스마트 폐기물 관리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술과 운영 효율성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생활 폐기물 외에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발생하는 막대한 폐기물 발생도 예상해야죠.

글로벌리서치펌 ‘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 폐기물 관리 시장 규모는 2019년 16억 8,300만 달러(한화 약 1조 9,000억 원)이었지만, 2020년부터 2027년까지 15.1%의 연평균성장율을 기록해 2027년에는 41억 360만 달러(한화 약 4조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합니다.

현재 국제적으로 폐기물 관리를 고민하고 있군요? 그렇다면 효율적인 폐기물 관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스마트 폐기물 관리는 스마트시티 개발(물 관리, 에너지 관리, 교통 관리 등과 함께)의 핵심 요소로 평가받습니다.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를 활용하고, 사물인터넷(IoT), 센서,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원격으로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죠. 점차 늘어나고 있는 스마트시티 조성에 맞춰 스마트 폐기물 관리 기술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캐나다는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자 지난 2017년 토론토와 밴쿠버 등에 6,500만 달러(한화 약 760억 원)를 투입했습니다. 데이터와 연계한 기술을 통해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에 대한 환경 인식 제고, 시장 성장을 유도했죠.

이탈리아의 로봇청소부 ‘Dust Cart’, 출처: KOTRA


이탈리아는 11년 전인 2010년부터 폐기물 처리 및 관리를 위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로봇 ‘Dust Cart’를 개발했습니다. 로봇 청소부의 쓰레기 수거 서비스를 원하는 시민들이 로봇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시청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로봇을 호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어요. GPS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장착한 로봇청소부가 10분 내로 쓰레기 분리수거 서비스를 신청한 가정에 도착하며, 신청자가 터치스크린을 통해 정보를 입력하면, 로봇청소부는 '고맙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쓰레기를 가지고 하치장으로 직행합니다.

그런데 폐기물 관리와 모빌리티 기술에 어떤 관계가 있나요?

위에서 소개한 이탈리아의 로봇청소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스마트 폐기물 관리 시스템에 모빌리티 관련 기술을 도입하기 때문입니다. 로봇청소부의 또 다른 별명은 ‘바퀴 달린 쓰레기통’인데요. 쓰레기를 버리려는 사람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맞춰 ‘이동하는’, 자율주행 쓰레기통인 셈이죠. 마치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말이죠.

이처럼 스마트 폐기물 관리는 각종 센서와 함께 인공지능,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과 개념을 필요로 합니다.

또 다른 사례가 있을까요? 대표적인 기업과 서비스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스마트 도시 솔루션 개발 및 생산업체 ‘Binology’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Binology는 태양광 패널 쓰레기통, 분리수거장, 쓰레기 수용량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 자동화 관리·모니터링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는 업체입니다. 센서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쓰레기통을 개발하고, 스마트 폐기물 수거까지 연결해 스마트 쓰레기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기업이죠.

Binology의 스마트 시티 매니지먼트 시스템. 출처: Binology 홈페이지


Binology의 스마트 도시폐기물 관리 시스템은 IoT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모니터링한 자료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쓰레기통의 잉여 수용량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는데요. 폐기물 압축은 물론이고, 다양한 위치의 쓰레기통을 연결해 유연하게 폐기물을 처리하도록 도와줍니다. 모빌리티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적재, 처리할 수 있도록 ‘쓰레기의 동선’을 계획하고, 그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죠. 마치 쓰레기가 주인공인 내비게이션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작업을 활성화한다면 앞으로 생활 폐기물 처리는 이전보다 수월해지고 매립 폐기물 점유율 감소, 폐기물 재활용 시스템 구현 등 폐기물로 인한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Binology의 스마트 쓰레기통. 출처: Binology 홈페이지


또한, 스마트 쓰레기통의 센서는 공기의 질이나 압력, 온도 및 습도에 대한 데이터도 수집합니다. 때문에 지자체가 설치 현장의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데요. 무의미한 수거의 빈도를 감소시켜 교통 혼잡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폐기물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환경오염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죠.

우리나라는 효율적인 생활 폐기물 처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스마트시티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국도교통부는 스마트 기술로 도시를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하기 위한 스마트 챌린지 본사업 6개 지역을 선정했습니다. 앞으로 스마트 쓰레기통과 폐지 수거 시스템 등 자원 순환 서비스를 구축하는 등 도시 전역의 스마트화를 위한 종합적인 솔루션 구현을 확대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죠.

지난 10월, 경기도 성남시는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 등의 첨단 인프라와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시티 조성 계획을 밝혔는데요. 스마트 쓰레기 수거 시스템 설치를 포함해 교통, 안전·복지, 환경, 경제·문화, 행정, 기반시설 등 6개 분야의 사업을 추진합니다.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는 스마트 쓰레기통, 스마트 관리로봇 등을 활용해 각 가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재활용과 폐기물로 구분하고, 로봇이 직접 수거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생활 폐기물 처리 및 관리를 위한 기술 개발 업체들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활 폐기물 수거 관련 회사는 여럿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설립한 이큐브랩은 스마트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도시를 위한 친환경 폐기물 관리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녹색기술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죠. 스마트 폐기물 처리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불필요한 폐기물 수거 작업을 사전에 방지하고,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수거 경로와 일정을 조정해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과 센서 기술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큐브랩의 스마트 쓰레기통, 출처: 이큐브랩 홈페이지


주비스는 앱 기반의 생활 폐기물 수거 배출 자동화 플랫폼 '나달라(NADALA)’를 출시했습니다. 나달라는 사용자가 집에서 앱을 통해 폐기물 수거를 신청한 뒤, 현관 앞에 쓰레기를 담은 배출함을 놓아두면 분리 수거장까지 운반 처리를 대행해주는 서비스인데요. 폐기물을 사람이 아닌 로봇이 수거하고 운반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며, 자율주행 로봇 전문기업 트위니와 함께 폐기물 수거 로봇을 제작해 12월부터 상용화할 계획입니다.

주비스의 나달라, 출처: 주비스


앞으로 스마트 폐기물 관리 시스템의 효율적 구축을 위해 어떤 문제점을 우선 해결해야 할까요?

현재 우리나라는 공공 쓰레기통이 부족하고, 쓰레기통이 넘치는 것을 관리하지 못하는 등 폐기물 관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많은 지자체가 쓰레기 처리 비용과 공무원 및 환경미화원의 업무량을 줄이고자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그런 고민의 일환으로 스마트 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은 기능을 잘 몰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마트 쓰레기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원인인데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설치한 앱을 이용해야 하는데, 실제로 작업하면서 앱을 확인하기 어렵고 활용 방법에 대한 교육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비용을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마트 쓰레기통을 도입했는데, 실상 업무량은 동일하면서 비용만 더 증가한 셈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실무자와 업무 담당자 사이의 소통을 원활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또한, 인프라 구축 외에도 스마트 폐기물 시스템을 올바르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죠.

앞으로 ‘스마트 시티’로 나아가기 위해서 스마트 폐기물 관리 체계는 핵심 요소이자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 구축과 활용을 통해 깨끗하면서도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