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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선교사가 만든 ‘한글 점자 교재’ 문화재 된다

입력 | 2021-11-04 15:54:00


 문화재청은 ‘로제타 홀 한글점자 교재’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하고, ‘진해 근대역사문화공간’, ‘김지섭 의사 편지’ 등 4건을 문화재로 등록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에 등록 예고되는 ‘로제타 홀 한글점자 교재’는 1897년 창안한 한글점자(4점식)를 사용해 배재학당의 한글 학습서인 ‘초학언문’의 내용 일부를 수록한 교재로, 기름 먹인 두꺼운 한지에 바늘로 구멍을 내어 만들었다.

미국인 선교사인 로제타 셔우드 홀(Rosetta Sherwood Hall·1865~1951)이 제작한 이 교재는 시각장애인 오봉래를 비롯한 평양여맹학교 학생들의 교재로 활용됐다. 특히 1926년 ‘한글점자 훈맹정음(6점식)’이 박두성에 의해 창안되기 전까지 사용돼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수교육 태동의 상징적 유물로서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다. 이 유물은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문화재로 최종 등록될 예정이다.

아울러 문화재청은 ‘진해 근대역사문화공간’, ‘김지섭 의사 편지’, ‘한성미술품제작소 은제 공예품(이화문 합)’, ‘제주 구 육군 제1훈련소 정문’ 4건을 문화재로 등록했다. 국가등록문화재 ‘진해 근대역사문화공간’은 1910년에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계획도시의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19세기 중반 서구 도시경관의 개념이 도입된 군사도시로서 방사상 거리, 여좌천, 하수관거 등 도시의 뼈대를 이루는 기반시설을 비롯해, 근대도시의 생활을 보여주는 진해우체국, 진해역 등 공공시설물과 육각집, 흑백다방 등 상업시설들이 당시 모습 그대로 잘 남아 있어 근대유산으로서 보존과 활용 가치가 높다.

국가등록문화재 ‘김지섭 의사 편지’는 김지섭 의사가 1924년 1월 5일 일본 도쿄 왕궁 입구의 이중교에 수류탄 3발을 던지고 투옥된 후, 옥중에서 동생과 부인에게 보낸 편지 4건이다. 강력한 의열 투쟁에 나섰던 항일 투사 김지섭의 진솔한 내면세계와 인간상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이다. 동생 김희섭에게 보낸 편지 3건에는 판결 언도일을 앞둔 상황에서도 의연한 태도, 투옥된 동지의 안부, 아들에 대한 애틋함과 가족에 대한 염려가 담겨있다. 아내인 권석희에게 보낸 유일한 한글 편지에는 수감된 일본까지 면회를 오려는 아내를 만류하는 절절한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국가등록문화재 ‘한성미술품제작소 은제 공예품(이화문 합)’은 대한제국 황실의 후원으로 ‘조선의 고유한 미술품 제작’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성미술품제작소(1908~1913)의 공예품으로, 새겨진 명문(한성미술)을 통해 이 제작소에서 생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선 왕실의 전통 문양과 대한제국의 상징인 이화문이 새겨져 있고, 전통공예가 주물과 압축 기법 등 근대적인 방식으로 전환되는 시대적 특징을 볼 수 있다.

국가등록문화재 ‘제주 구 육군 제1훈련소 지휘소와 정문’은 6·25전쟁 당시 제주도에 설립한 육군 제1훈련소(강병대)의 정문 기둥이다. 이미 등록된 제주 구 육군 제1훈련소 지휘소와 함께 6·25전쟁 관련 유산으로 역사적인 상징성이 있으며 훈련소가 위치한 북쪽과 부대시설인 교회, 병원 등이 위치한 남쪽의 경계가 되어 훈련소의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는 장소적 의미도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등록된 문화재 4건을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협력해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