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산업진흥원] 한국주택정보(1)
성남시가 2001년에 설립한 성남산업진흥원은 지난 20년간 성남의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네트워크, 입주 공간 등을 지원하는 기업 지원 전문 기관입니다. 성남시가 약 6만 6천여 개의 기업과 46만여 명의 근로자, 창업한 벤처 기업 수가 1631개에 이르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엔 성남산업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남산업진흥원이 2003년부터 진행 중인 ‘성남창업경연대회’(도전! S-스타트업)는 우수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창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주요 행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금까지 누계로 218개의 기업이 성남창업경연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이에 IT동아는 성남산업진흥원과 함께 올해 성남창업경연대회 최종 평가에서 우수팀으로 선정된 6개 기업을 소개하고, 그들이 고민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빌라도 아파트처럼 편해야 해요”
왼쪽에서부터 유성국 대표, 금보미 CSO, 이윤곤 공동 대표, 출처=한국주택정보
한국에서 좋은 집은 ‘투자 가치가 있는 집’이다. ‘쾌적함’이 아닌 ‘기대 수익’이 좋은 집을 가르는 기준이란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주거 경험에 대한 논의는 뒷전에 머무는 상황이다. 그나마 관리 체계를 잘 갖춘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쾌적한 주거 경험도 늘어나는 추세긴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속한 주거 형태가 있다. 바로 빌라와 오피스텔 등의 비의무관리 공동주택이다.
빌라는 입주자 대표가, 아파트는 관리 사무소가 관리를 맡는다, 출처=한국주택정보
한국주택정보는 ‘비의무관리 공동주택’의 주거 경험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디지털 관리 사무소’가 되려는 스타트업이다. 거주자들의 민원을 접수·처리하고, 하자 보수와 관리비를 관리하는 역할 등을 한국주택정보의 ‘관리비책’이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아파트 관리를 전담하는 ‘관리 사무소’의 역할을 자동화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성남창업경연대회 (S-스타트업)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한국주택정보(유성국 대표)와 주거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인터뷰엔 유성국 대표(이하 유 대표), 금보미 최고전략책임자(CSO), 이윤곤 공동 대표가 참석했다.
유 대표는 “빌라는 10세대, 많아 봤자 100세대 소규모 단지이기 때문에 사실상 관리 사무소를 운영할 여력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관리비책’ 서비스는 인력이 필요한 일을 자동화했기 때문에, 빌라의 디지털 관리 사무소가 된 거죠”라고 설명했다.
입주자 대표는 일년에 30일 정도를 관리비를 관리하는데 쓴다, 출처=한국주택정보
한국주택정보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관리비를 계산한 뒤 이를 거주자들에게 고지하고, 수납하는 과정까지 모두 자동화했다. 빌라의 입주자 대표가 도맡아 하던 일이다. 이렇게 빌라의 관리비를 계산하고 수납하는 일에만, 보통 한 달에 2.5일 일 년으로 하면 1개월이 걸린다. 생업이 있는 입주자 대표가 혼자서 처리하기엔 부담스러운 일이다. 관리비책을 이용하면 일 년에 하루, 하루 중에서도 1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이러한 관리비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된다.
또한, 건물의 하자를 위탁 관리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빌라는 입주자 대표가 관리자 역할을 하는데, 이들 역시 건물 관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빌라에 하자를 발견하면, 이를 위탁 업체에 맡기는데 그 비용만 한 달 20만 원에서 많게는 70만 원 정도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서비스 품질이 만족스럽다고 하기도 어려운 영역이었다. 한국주택정보는 입주자 대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업체를 알아볼 필요 없이, 관련 업무를 한국주택정보에 맡길 수 있도록 위탁 관리 구독 서비스를 판매한다.
문득, ‘하자 보수 과정에 유료 구독 서비스가 굳이 필요한지’ 의문이 생겼다. 시행사 대표도 겸임하고 있는 금보미 CSO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이렇다. 사람이 이용하는 만큼 빌라엔 주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해결할지 말지를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으면 고민 없이 견인차를 부르듯, 하자를 발견하면 바로 관리 업체를 불러야 한다.
거주민들이 ‘옥상에 방수가 돼서 물이 줄줄 샌다’라는 상황을 발견했다고 해보자. 일이 터진 시점이 주말이라면, 상황은 더 난감해진다. 어떤 업체를 선정해야 할지, 주말에도 일하는 업체는 어딘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고생스러운 일이다. 관리비책은 문제 사항을 보고받으면, 바로 관리 업체와 연결해준다. 관리비책이 해당 일을 앱 내에 있는 비딩 시스템(경쟁 입찰)에 등록하면, 이에 지원한 업체 중 한 곳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빠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
관리비책 앱, 출처=한국주택정보
뿐만 아니라, 관리비책을 통한 유지 보수 내역은 기록으로 남게 되는데, 금보미 CSO는 이 부분을 강조했다. 지금의 방식으론 관리비 지출 내역을 오랫동안 보관하기가 쉽지 않다. 아파트는 집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빌라는 이와 달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별로 없다. 빌라에 이사를 할 땐, 집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주택정보가 목표로 하는 건 ‘세스코’ 모델이다. 종합환경위생기업인 세스코의 마크가 해당 가게의 위생 상태를 보증하듯, 관리비책도 비의무관리 주거의 품질을 보증해주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유 대표는 “관리비책 서비스를 신체에 비유하면, 건물 관리비는 ‘피’와 같고 유지보수 데이터는 ‘뼈대’와 같아요. 피와 뼈대를 통해 건강을 진단할 수 있듯, 저희는 데이터를 통해서 빌라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죠. 또한, 이러한 데이터 비즈니스는 건물 하자를 보수하는 영역에만 제한되지 않고, 보험 같은 금융 서비스 등으로도 확대됩니다”고 말했다.
이윤곤 공동 대표는 “아파트의 경우엔 세대가 밀집돼 있기 때문에, 어떤 사업자가 들어가든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파이가 커요. 그러니, 단가를 좀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등의 이점이 있어요. 다만, 빌라는 개별적으로 떨어져 있어서, 그만큼의 효율을 내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다만, IT 기술이 이렇게 흩어진 빌라를 하나로 묶으므로, 한국주택정보는 그만큼의 비용 효율성을 낼 수 있어요”고 답했다.
“10년 동안 기다렸지만, 빌라 관리 서비스는 그대로더라고요”
빌라의 하자 보수 문제, 출처=한국주택정보
유 대표가 창업을 한 이유는 상가 주택을 관리하면서 겪었던 불편함 때문이었다. 그는 10년간 상가 주택을 관리해봤고, 이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잡아먹는 일이란 걸 배웠다. 유 대표는 “빌라를 포함한 비의무관리 공동주택은 사실 무법 지대나 다름없다”며 웃었다. 비의무관리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법적인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거주민들이 모든 걸 알아서 해결하는 분위기라는 거다. 생업이 있는 대부분의 거주민들이 주택 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자 보수를 맡겨도 비용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어렵고, 유지 보수를 했는데도 얼마 안 가 문제가 재발하는 등 서비스의 품질 보증도 잘 안 된다.
그가 해결책을 찾은 곳이 IT 기술이었다. 마침, 2020년을 기점으로 빌라와 관련된 공공 데이터가 개방되고, 공동 결제 시스템(오픈뱅킹)이 구축돼 누구나 낮은 결제 망 이용료로 은행 결제 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고민했던 지점은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였다. 유 대표는 “대부분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저희가 만난 10명 중 4명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었어요. 빌라가 관리비를 내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았어요”라고 말했다.
다행히, 당시 대학 동기이자 카이스트에서 데이터분야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이윤곤 공동 대표가 창업 아이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데이터가 가진 힘’을 믿고, 창업에 나섰다. 관리가 잘 안 되는 비의무관리 공동주택에서 체계화된 데이터라는 도구만 있으면,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과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를 훑어보는 그들의 표정과 목소리엔 ‘자부심’ 묻어 있었다.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 문제를 발견했고, 솔루션까지 만들었다는 ‘IT 스타트업 대표’로서 가질 법한 태도였다. 유 대표는 “우리나라의 인구 중 60%가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나머지는 다세대 가구에 사는 거죠. 빌라에 사는 사람은 절대로 적지 않으며, 빌라를 기반으로도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고 답했다.
물론, 한국주택정보라는 스타트업이 수익만 좇는 건 아니다. 두 명의 공동 대표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는 공통의 비전을 갖고, 대표 자리를 맡았다. 한국주택정보는 빌라의 거주 경험을 더욱 향상하기 위해서, 이에 필요한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빌라 거주자들은 정부 지원 정보를 잘 몰라서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가 비용의 90%를 지원하는 풍수 재해 보험조차도 가입률이 10%를 넘기지 못한다. 이러한 정보를 관리비책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빌라의 관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유 대표는 “모든 사람들이 (비교적 관리가 잘 되는) 아파트에 살 순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자금이 부족한 MZ세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규모 주택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보미 CSO는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많이 저평가돼 있어요. 아파트랑 빌라랑 땅값이 다른 것도 아니고, 원가도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빌라는 필수 시설과 관리 체계가 잘 안 잡혀 있었기 때문에 선호하는 주거 형태가 아니었죠.”라고 말했다. 빌라가 ‘투자’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져 저평가받기도 하지만,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이유가 ‘빌라로 가면 고생길이 훤히 보인다’라는 인식 때문이란 것이다. 다만, 이젠 엘리베이터 등의 필수 시설을 모두 갖춘 빌라도 많으므로, 유지 보수 등의 관리만 잘 된다면 더는 저평가될 이유도 없다.
‘IT가 낯선 사람들도, IT라는 우산 속으로’
유 대표가 관리비책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출처=한국주택정보
IT 기술이 세상을 혁신할 때, 모두가 그 혁신을 반기진 않는다. 특히, 생소한 IT 기술 특성상 대부분 시도조차 꺼리는 게 사실이다. 한국주택정보도 ‘굳이 그 서비스가 왜 필요한데?’라는 반응을 만나야만 했다. 그렇지만, 서비스를 직접 보여주면, 사람들 반응도 달라진다. 그간의 경험이 상당히 불편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모습, 출처=한국주택정보
한국주택정보의 대표들은 ‘IT 혁신’이라는 우산 속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 빌라를 관리하는 입주자 대표도, 빌라의 거주민도 주거에 만족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만들었다. 금보미 CSO는 “주택 하자를 보수하는 사람들은 대개 나이가 50~60대인 경우가 많아요. 이분들이 온라인에서 사업을 홍보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그분들이 관리비책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윤곤 공동대표는 “저희 앱의 차이점은 다른 앱에 비해 쉽고 편하다는 것입니다. 빌라 관리 서비스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 경험) 차원에서 쉽고 편하게 쓸 수 있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내부에 개발자가 있고, 앱 이용 차원에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이를 수정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유 대표는 “저희가 목표로 하는 건 비의무관리 공동주택 관리의 표준화입니다. 정부도 나섰고, 지방자치단체도 나섰지만 공통된 관리 기준이라는 게 사실 없어요. 한국주택정보는 관리를 위한 기준을 표준화하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다음 기사에선 한국주택정보와 전문가가 만나 스타트업 질적인 성장에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한 내용을 다룬다.
동아닷컴 IT전문 정연호 기자 ho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