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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택치료 앱’ 부실… 환자 27명 중 2명만 연결

입력 | 2021-11-05 03:00:00

늘어나는 코로나 재택환자, 의사기자가 직접 원격진료해보니





“환자분은 B형 간염이 있으시네요. 부루펜 계열의 해열제를 처방하겠습니다.”

2일 서울 강남구 하나이비인후과병원 3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센터. 이날 의사로서 일일 비대면 진료 봉사에 나선 기자가 진찰 내용을 설명하자 코로나19 환자 김모 씨(34·여)가 모니터 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간이 좋지 않은 김 씨의 얼굴은 화면으로 봐도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간 손상 우려가 있는 해열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기자의 처방에 따라 새로운 약이 이날 김 씨의 집으로 전달됐다. 비대면 진료 시간은 약 10분, 비용(8만 원)은 정부가 부담한다.

이달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되면서 김 씨처럼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대신 집에 머무는 무증상·경증 환자가 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4일 0시 기준 재택치료 환자는 3613명. 9월 23일 805명에서 40여 일 만에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재택치료는 위드 코로나 성공의 핵심 조건이다. 방역을 완화하면 확진자 증가가 불가피하다.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해지면 중환자와 사망자 증가로 이어진다. 방역을 다시 강화할 수밖에 없다. 미리 재택치료를 통해 확진자를 가능한 한 많이 관리해야 위드 코로나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확산세는 우려스럽다. 위드 코로나 나흘째인 4일 0시 기준 확진자는 2482명으로 이틀 연속 2000명대 중반이었다. 위중증 환자는 365명으로 전날보다 13명 줄었지만 사망자는 24명으로 1월 12일(25명) 이후 가장 많았다. 핼러윈 데이나 위드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하면 다음 주 확진자 급증이 예상된다. 재택치료 확대가 ‘발등의 불’인 셈이다.

2일 서울 강남구 하나이비인후과병원 3층 재택치료센터에서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오른쪽)와 정경화 팀장(전문의)이 원격진료를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그러나 현장 취재 결과 아직 갈 길이 멀었다. 2일 오전 9시경 기자가 강남구 지정 재택치료센터를 찾았을 때 의료진 7명은 모두 진료를 하는 대신 환자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환자들이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 스스로 체온과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생활치료센터 비대면진료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에 기록해야 하는데 대부분 하지 못한 것이다. 화상을 이용한 비대면 진료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날 센터의 담당 환자 27명 중 2명만 화상으로 진료를 받은 것이다.



보건소, 재택환자에 한꺼번에 약 배달… 밤 11시 돼서야 받기도
환자들 상당수 앱 활용 못해, 음성-화상통화로 원격진료 대체
대상 아닌데도 민원 제기땐 “재택”… 현장선 “환자 늘면 감당될지 걱정”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등이 포함된 재택치료자용 건강관리 세트.

결국 의료진은 환자와 음성통화를 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화상통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원격진료를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원격처방 이후 약을 배달하는 것 역시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일부에선 오후 11시가 되어서야 약을 받았다는 환자가 나왔다. 이는 보건소 배달 팀이 한꺼번에 처방되는 약을 들고 일일이 차량으로 배달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보기에는 오토바이를 활용한 사설 배달서비스를 활용하는 편이 더 효율적으로 보였다.

현장에서는 재택치료에 적합지 않은 환자가 대상자로 지정되는 걸 우려하고 있다. 현재 재택치료 대상은 70세 미만이면서 무증상이나 경증일 때 희망에 따라 지정된다. 그러나 건강한 보호자가 있으면 70세 이상이라도 재택치료가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실제 강남구에서는 74세인 환자 A 씨가 재택치료 중이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A 씨는 경미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보호자 건강 상태는 양호하지만 역시 코로나19 환자다. 담당 의사인 정경화 팀장(이비인후과 전문의)은 방역당국에 A 씨 입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입원할 정도의 상태가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 팀장은 “어르신 중에는 집에서 치료받는 것을 선호하는 분들이 있어 입원 요인이 있어도 원치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환자 분류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다른 자치구 보건소 재택치료 담당자도 “재택치료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본인이 강력하게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민원을 제기하면 결국 재택치료 승인 처리가 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방역당국이 재택치료센터로 신규 환자를 통보하는 과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에 걸쳐 신규 환자 지정과 관련 정보가 재택치료센터로 전달된다. 그런데 오후 통보가 6시경 이뤄져 의료진이 퇴근도 못 한 채 환자를 돌봐야 한다. 현장에서는 환자 관리 책임이 변경되는 시간을 오전 10시와 오후 3시로 정하고, 늦어도 오후 4시 이전에 모든 정보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재택치료센터도 인력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구 재택치료센터도 조만간 담당 환자가 1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센터의 이준원 전문의는 “아직 인원이 적어 진료가 가능하지만 환자가 급증하면 걱정”이라며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대란을 막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용태 서울 강남구보건소 질병관리과장은 “확진자가 더 늘면 우선 의사와 간호사를 증원해 감당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보건소 재택팀에서도 무증상 확진자 재택치료를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