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코로나 재택환자, 의사기자가 직접 원격진료해보니
“환자분은 B형 간염이 있으시네요. 부루펜 계열의 해열제를 처방하겠습니다.”
2일 서울 강남구 하나이비인후과병원 3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센터. 이날 의사로서 일일 비대면 진료 봉사에 나선 기자가 진찰 내용을 설명하자 코로나19 환자 김모 씨(34·여)가 모니터 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간이 좋지 않은 김 씨의 얼굴은 화면으로 봐도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간 손상 우려가 있는 해열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기자의 처방에 따라 새로운 약이 이날 김 씨의 집으로 전달됐다. 비대면 진료 시간은 약 10분, 비용(8만 원)은 정부가 부담한다.
2일 서울 강남구 하나이비인후과병원 3층 재택치료센터에서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오른쪽)와 정경화 팀장(전문의)이 원격진료를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보건소, 재택환자에 한꺼번에 약 배달… 밤 11시 돼서야 받기도
환자들 상당수 앱 활용 못해, 음성-화상통화로 원격진료 대체대상 아닌데도 민원 제기땐 “재택”… 현장선 “환자 늘면 감당될지 걱정”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등이 포함된 재택치료자용 건강관리 세트.
현장에서는 재택치료에 적합지 않은 환자가 대상자로 지정되는 걸 우려하고 있다. 현재 재택치료 대상은 70세 미만이면서 무증상이나 경증일 때 희망에 따라 지정된다. 그러나 건강한 보호자가 있으면 70세 이상이라도 재택치료가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실제 강남구에서는 74세인 환자 A 씨가 재택치료 중이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A 씨는 경미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보호자 건강 상태는 양호하지만 역시 코로나19 환자다. 담당 의사인 정경화 팀장(이비인후과 전문의)은 방역당국에 A 씨 입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입원할 정도의 상태가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 팀장은 “어르신 중에는 집에서 치료받는 것을 선호하는 분들이 있어 입원 요인이 있어도 원치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환자 분류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다른 자치구 보건소 재택치료 담당자도 “재택치료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본인이 강력하게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민원을 제기하면 결국 재택치료 승인 처리가 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방역당국이 재택치료센터로 신규 환자를 통보하는 과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에 걸쳐 신규 환자 지정과 관련 정보가 재택치료센터로 전달된다. 그런데 오후 통보가 6시경 이뤄져 의료진이 퇴근도 못 한 채 환자를 돌봐야 한다. 현장에서는 환자 관리 책임이 변경되는 시간을 오전 10시와 오후 3시로 정하고, 늦어도 오후 4시 이전에 모든 정보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재택치료센터도 인력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구 재택치료센터도 조만간 담당 환자가 1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센터의 이준원 전문의는 “아직 인원이 적어 진료가 가능하지만 환자가 급증하면 걱정”이라며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대란을 막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용태 서울 강남구보건소 질병관리과장은 “확진자가 더 늘면 우선 의사와 간호사를 증원해 감당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보건소 재택팀에서도 무증상 확진자 재택치료를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