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강원 원주 수령 800년 반계리 은행나무 우뚝 소금산 그랜드밸리 레저단지 탈바꿈 절정 치닫는 치악산 구룡사 단풍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에 설치되고 있는 ‘소금잔도’(오른쪽 벼랑의 다리길)와 전망대(왼쪽). 12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막바지 공정이 진행 중이다.
《강원도 18개 시군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인구 증가율을 보이는 원주시는 성장하는 도시다. 춘천, 강릉과 함께 강원 3대 도시로 꼽히는 원주는 인구수도 35만6000여 명(2021년 9월 현재)으로 도내에서 제일 많다. 사람이 늘어난다는 건 삶터의 환경이 그만큼 좋아짐을 뜻한다. 풍수설로는 땅의 기운(지기·地氣)이 살아남을 말한다. 단풍의 계절 가을의 푸근함과 함께 생동감을 체험하는 여행지로 원주를 선택한 이유다.》
○반계리 은행나무에 웬 종유석?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계리 은행나무(수령 800년). 노거수임에도 불구하고 나뭇잎은 앙증맞은 크기인데, 여전히 나무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반계리 은행나무 줄기에 달린 진귀한 모양의 유주(乳柱).
명당 터에 자리 잡은 데다 생명 창조와 양육의 이미지가 짙은 이 나무에는 전설도 따른다. 고승이 이곳을 지나다 물을 마신 후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나무가 됐다고도 하고, 나무에 거대한 백사(白蛇)가 수호신처럼 지키고 있어서 이곳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했다고도 한다. 가을에 이 나무에 단풍이 일시에 들면 다음해는 반드시 풍년이 든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로 대변신
소금산 그랜드밸리의 출렁다리. 높이 100m, 길이 200m로 보는 것만으로 아찔함을 느끼게 한다.
소금산 그랜드밸리 코스는 출렁다리부터 시작된다. 모두 578개의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두 개의 절벽 사이에 놓인 높이 100m의 출렁다리가 아찔하게 펼쳐진다. 격자형으로 꾸민 바닥으로 발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다리가 흔들거려 간담이 서늘해지지만, 기암 준봉이 병풍처럼 드리우고 맑디맑은 심상천을 먼 거리로 감상하면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환상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소금산 정상 쪽으로 이어지는 ‘하늘정원’ 덱이 있고, 이어서 곧 개장되는 소금잔도와 전망대, 울렁다리가 차례로 나타난다. 소금산 정상부 바로 아래 200m 높이의 벼랑을 끼고 도는 소금잔도(363m)는 중국 장자제(張家界)의 유리잔도 못지않게 아슬아슬한 길이다. 현재 막바지 공정이 진행되고 있는 소금잔도를 건너면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암벽에 위태위태하게 매달린 듯한 전망대 자체가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데, 360도로 주변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소금산 그랜드밸리 건설로 원주가 군사도시라는 옛 이미지를 탈색하고 완벽한 문화관광도시로 태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소금산 그랜드밸리에서는 특별한 밤을 보낼 수 있다. 출렁다리 아래 바위를 배경 삼아 조성된 미디어파사드 공연장에서는 밤마다 ‘나오라쇼(Night of Light Show)’가 펼쳐진다. 가로 250m, 세로 70m 크기의 자연 암벽에다 빔 프로젝트를 활용해 입체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이다. 현재 원주의 대표적인 보은 설화인 ‘은혜 갚은 꿩’을 소재로 한 영상물과 최대 60m까지 쏘아 올리는 형형색색의 음악분수 쇼가 펼쳐지고 있다.
○절정으로 치닫는 치악산 단풍
치악산 구룡사지구의 세렴폭포. 구룡사에서 세렴폭포까지는 길이 평탄해 산책하듯이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먼저 치악산자락의 구룡사 단풍은 한창 물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구룡사 사천왕문 옆에 들어선 수령 200년인 은행나무가 노란 잎으로 가을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본격적인 단풍은 구룡사를 지나 비로봉까지 이어지는 등산로에서 즐길 수 있다. 특히 아홉 마리 용의 전설이 얽혀 있는 구룡소에서 2단 폭포로 유명한 세렴폭포까지는 경사가 거의 없어 산책을 하듯 단풍을 즐기기에 좋은 코스다. 구룡사지구의 단풍은 산 정상과 아래에서 동시에 단풍이 들기 시작해 산의 중턱에서 마지막을 치장하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한편 1400년의 역사를 지닌 구룡사는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도 단풍과 대조돼 돋보인다. 사찰 건물 내 대부분이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뮤지엄산의 야외에 조성한 조각품과 주변 단풍.
마지막으로 원주의 상징인 치악산 산행도 해볼 만하다. ‘치가 떨리고 악이 받친다’고 소문난 치악산 산행을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산 아랫자락을 연결한 둘레길(전체 11개 코스 139.2km)이 올해 6월 개통됐다. 이 중에서도 마지막 제11코스(한가터길 9.4km)는 길이 평탄해 산책을 하듯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야자 매트를 깔아놓은 길을 걷다 보면 잣나무 숲과 화전민이 살던 터 등을 볼 수 있고, 저 멀리 원주가 성장하는 도시임을 알리는 원주혁신도시 등이 내려다보인다.
글·사진 원주=안영배 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