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의통역사 조재범 한국외대 EICC학과 외래교수
조재범 교수가 피트니스101 광화문점 웨이트트레이닝 기구 사이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제회의통역사 조재범 한국외대 EICC학과 외래교수(49)는 공부 스트레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일찌감치 시작한 근육운동 덕분에 최근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까지 떨치고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조재범 교수가 지난해 10월 출전한 한 보디빌딩대회 직전 포즈 연습을 하고 있다. 조재범 교수 제공.
“2019년 봄부터 크고 작은 안 좋은 일이 이어졌습니다. 사람관계에서 오는 상실감도 있었고…. 믿고 의지하던 분까지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 우울한 나날 이어졌죠. 웨이트트레이닝 덕분에 거뜬히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일도 잘 안 풀리는 데다 늘 의지하던 분까지 떠나니 모든 게 공허했다. 그런데 습관이라는 게 무서웠다. 그는 “우울할 때마다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갔다. 자칫 깨질 수 있었던 삶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 근육운동이 있었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한껏 땀을 흘리다보면 우울한 세상을 잊을 수 있었다. 우울증을 완전히 떨쳐내는 데 2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근육운동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재범 교수(오른쪽)가 지난해 10월 출전한 한 보디빌딩대회 40대 이상 부문에서 1위를 한 뒤 포즈를 취했다. 조재범 교수 제공.
조 교수는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돼 한 때 3주간 헬스클럽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덤벨 등을 구입해 홈트레이닝을 하며 슬기롭게 버텨냈다. 조 교수는 “사실 26년 전 스트레스를 술로 풀까도 고민했다. 술도 제법 잘 마셨었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 한 결정이었다. 술로 풀었으면 몸이 완전히 망가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고 회상했다.
“한 3년 운동하니 근육도 좀 잡히고 재미도 좀 붙었죠. 경제난으로 취업 길이 막히다보니 그 스트레스를 풀려고 운동에 더 집착했던 것 같아요. 동시통역까지 공부하고 졸업했는데 갈 데가 없었습니다. 월급 100만 원도 안 되는 인턴사원 자리만 나올 때였죠. 거의 매일 헬스클럽으로 향했습니다.”
다음해 취업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해 LG전자에 입사했고 삼성SDS, SK텔레콤 등 회사를 다니던 그는 2003년부터 다시 본격 통역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SK텔레콤 다닐 때 저랑 통역대학원에서 공부하던 분이 통역을 왔다. 그 때 ‘아, 나도 저 일 하려고 공부했는데…’라는 생각이 밀려와 다시 동시통역대학원에 들어갔다. 스페인어(한국외대) 과정을 이미 마친 그는 영어(서울외대) 통역대학원까지 섭렵했다.
조재범 교수가 피트니스101 광화문점에서 웨이트트레이닝 레그프레스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을 26년째 즐기고 있는 근육운동 덕에 떨쳐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운동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속칭 ‘각(근육)’이 제대로 안 나왔어요. 건강해 보이긴 했지만 어디 가서 운동했다는 말은 못하겠더라고요. 제 불찰도 있었지만 좀 억울했습니다. 10년 넘게 했는데…. 그래서 체계적으로 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재범 교수가 피트니스101 광화문점 웨이트트레이닝 기구 사이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조 교수는 운동을 일상생활을 매끄럽게 하는데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통역을 하는 날에는 준비할 게 많기 때문에 운동을 통역이 끝난 뒤에 한다. 그는 ”어떤 통역을 하든지 자료 준비가 중요하기 때문에 새벽 시간도 뺄 여력이 없다. 대신 통역을 마친 뒤 스트레스 해소를 하기 위해 꼭 운동을 한다“고 했다. 강의나 번역을 할 땐 사전에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면 집중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조재범 교수가 피트니스101 광화문점에서 웨이트트레이닝 레그익스텐션을 하고 있다. 26년전 근육운동을 시작한 그는 “운동은 스트레스를 날려줘 공부에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운동을 안 하면 숙제를 안 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는 ”100세 시대, 건강이 중요해졌다. 돌이켜보면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온 게 지금 삶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주위에서 나이에 비해 젊고 건강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그게 자극이 돼 더 운동에 매진하는 선순환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재범 교수가 피트니스101 광화문점에서 웨이트트레이닝 암컬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을 26년째 즐기고 있는 근육운동 덕에 떨쳐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아직 바쁜 게 좋습니다. 딴 생각도 나지 않고…. 이렇게 살 수 있는 밑바탕에 근육운동이 있습니다. 평생 몸 만들며 건강하고 즐겁게 살겠습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