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한 요소수 생산·판매 업체 앞 도로로 화물차들이 달리고 있다. 중국이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전국적으로 공급난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1
요소수 품귀로 차량 운행 중단 상황에 놓인 화물차 기사 중 일부가 고육지책으로 요소수 없이도 시동을 걸거나 출력을 유지할 수 있는 불법 개조에 나서는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경유차에 의무 장착된 배기가스 저감장치인 선택적 촉매장치(SCR)를 개조하면 요소수를 넣지 않아도 운행을 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터넷 카페 등에 불법 개조에 대해 문의하거나 의뢰하는 게시물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요소수 없이 경유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하는 불법 개조를 ‘정관수술’이라는 은어로 지칭하며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6일 한 인터넷 카페에는 화물트럭 운전기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불법인 줄 알지만 집안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정관수술 업자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울산에 (불법 개조) 장인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큰 거 2장을 요구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다른 이용자는 “정비공장 한바퀴 쭉 도는데 거의 다 정관수술 중이다”라는 목격담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쓴 게시글 아래에는 “조급한 마음에 판단력이 흐려져 주문했지만 장착한지 10시간 뒤 출력저하가 왔다. 놀라서 바로 뗐다”는 구매 후기가 달렸다. “요소수 대신 정제수를 (배기가스 저감 촉매제로) 쓸 수 있다” “소변으로 요소수를 만들 수 있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2015년부터 출시된 경유차는 유로6 기준에 따라 부착된 SCR가 배기구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바꿔줘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준다. 요소수가 없으면 승용차의 경우 시동이 안 걸리고 화물차는 출력 저하로 시속 20km 정도의 속도만 낼 수 있게 설정돼 있다.
불법 개조를 하면 요소수가 부족해도 운행은 할 수 있지만, 적발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는 범죄다. 특히 저감장치를 무력화하면 1등급 발암물질 등 오염물질이 최대 10배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대기오염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엄연한 불법이지만 암암리에 이뤄지는 개조를 적발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 단속반이 매연 색깔을 보고 비디오로 판독하거나 달리는 차를 멈춰 세운 뒤 배기구에 측정기구를 넣어 판독하는 정도다. 지난해 이런 식으로 단속해 기준 초과로 적발된 차는 전국에 3056대에 불과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