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집권 여당과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둘 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으로 확정됐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초유의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국회의장이나 총리, 당 대표 등을 역임한 다선 정치인들을 제친 것은 한국 정치의 씁쓸한 역설이다. 기성 정치권이 오랫동안 ‘4류’ 비판을 받으면서도 국익은 뒷전이고 당리당략 싸움에만 골몰해온 결과다.
물론 이들이 각종 의혹과 자질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본선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정권 재창출’ ‘정권 교체’로 쫙 갈린 지지층의 전략적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0선 후보들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것도 사실이다. 당장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요구 등 당정 협의나 국회 예산심의 절차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며 “국민 여론이 형성되면 따르는 게 관료와 정치인”이라는 말도 했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퇴임 8개월, 출마 선언 4개월여 만에 대선후보가 됐다. “위임의 정치” 등을 강조했을 뿐 국정 운영 비전을 딱히 내놓은 게 없다. 두 후보에 대해 “행정독재 우려” “국정 준비 부족”등의 비판(정의당 심상정 후보)이 나오는 이유다.
두 후보가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등 리스크를 안은 채 본선 링에 오른 것도 대선 판도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큰 변수다. 사법 당국의 수사 과정 및 결과에 대선 국면이 좌우되는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장동 핵심 3인방이 배임과 뇌물 혐의로 구속되고 ‘윗선’에 대한 수사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후보의 ‘복심’인 정진상 씨 관여 의혹이 제기되는 등 사건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모종의 지시 정황이 나오거나 부인과 장모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윤 후보도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철저히 증거에 입각해 수사가 이뤄지고, 두 후보도 실체 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