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서서히 우리 사회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우리는 그동안 코로나바이러스를 좀 더 이해하고 백신을 만들어냈다. 치료제도 하나둘 등장하며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시작됐다. 우리가 사는 자연에서는 무수히 많은 생물 종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 다툰다. 바이러스도 이 전쟁에 참여한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을 가장 무서워했다는데, 여기 등장하는 마마 역시 바이러스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30%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알려진 흑사병도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을 계기로 주목받았다. 흑사병이 유행하던 때와 비교하면, 더욱 발전된 교통은 하나의 지구촌에 더욱 빨리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한편 지금의 인류는 훨씬 발전된 보건의료 체계와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 덕에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mRNA 백신을 아주 빠른 시간 안에 개발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맞이한 ‘위드 코로나’, 나아가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에서 해방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의 진입을 기대할 수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코로나19 극복은 물론이고 질병 치료에 이어 농업에도 새로운 혁명을 불러오고 있다. 일본 바이오 기업은 유전자 가위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수면 촉진 물질을 많이 생산하도록 만든 토마토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 출처 사나텍시드사 홈페이지
인간인지 아닌지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 SF영화에서 그려지는 ‘인간 다음의 인간’이 유전자 가위의 주요 관심사나 연구대상은 아니다. 유전자 가위로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가령 상처가 나 흘러나오는 피는 곧 멈추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혈액이 굳지 않아 피가 멈추지 않는 것이 혈우병이다. 아주 오랫동안 알려진 병이고 유전되는 질병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즉, 어떤 유전자에 문제가 있어 이 병에 걸리는지 알고 있다. 오랫동안 혈우병은 치료법이 없었다. 환자에게 피를 굳게 하는 약을 놓거나 수혈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변이를 일으킨 문제 유전자를 고칠 수 있다면 혈우병 치료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됐다. 병의 원인인 유전자를 정확히 잘라내고 고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혈우병 같은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알츠하이머 역시 특정 유전자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유전자가 알츠하이머의 원인이라면, 치매 역시 유전자 가위가 정복할 대상이다.
유전자 가위와 분자진단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바이러스 진단법 개발이 활발하다. 동아일보DB
속속 개발되는 분자진단기술은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등장하게 될 새로운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기에도 용이하다. 그동안 인류는 수많은 바이러스와 싸워 이겼다. 바이러스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바이러스로 우리를 위협했다. 그러니 더욱 무서운 바이러스가 삶을 뒤흔들 미래의 출현은 확실하다. 그간의 진단기술은 우선 새로이 등장한 바이러스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진단법을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중국에서 첫 코로나바이러스 보고가 있은 이후 곧바로 진단 기술 개발에 들어간 것이 초기의 성공적인 K-방역을 이끌어냈다. 분자진단기술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진단기술 개발을 더욱 쉽고 빠르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발되고 상용화 역시 진행되고 있다니, 바이러스 정복 전쟁에 화이자나 모더나 외에 우리나라 기업이 언급될 미래도 머지않은 듯하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