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잠실 라이벌전’의 승자도 역시 두산이었습니다. 정규시즌 4위 두산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준플레이오프(준PO·3전 2승제) 최종 3차전에서 LG(정규시즌 3위)를 10-3으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시리즈 전까지만 해도 LG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습니다. LG는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선두 다툼을 했습니다. 반면 두산은 마지막 날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를 알 수 없는 살얼음판을 걸었지요.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포스트시즌 같이 큰 무대에서 ‘슈퍼 플레이’는 팀 전체의 기세를 살립니다. 1회말 수비에서 나온 중견수 두산 정수빈의 다이빙캐치가 대표적입니다. LG 선두 타자 홍창기가 친 좌중간 장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습니다. 2회말 수비에서도 구본혁의 우중간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습니다.
반면 LG 선수들의 수비 실책은 말 그대로 치명타가 되고 맙니다. 5화초 무사 1루에서 김재환의 우중간 안타 타구 때 우익수 채은성은 공을 더듬으며 김재환을 3루까지 보내줬습니다. 계속된 2사 만루 위기에서는 박계범의 평범한 뜬공을 3루수 김민성이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는 곧바로 정수빈의 싹쓸이 3루타로 이어졌지요. 포스트시즌에서 이런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면 이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기(氣) 싸움에서 LG가 두산에 완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때는 LG 선수들이 두산을 기 싸움에서 압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1990년대 ‘신바람 야구’ 시절의 일입니다.
당시 LG는 모든 구단 선수들이 가고 싶어 하는 선망의 구단이었습니다. 구단의 지원은 든든했고, 선수들은 야구를 잘했습니다. 1994년 신인 3인방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합작했던 류지현-김재현-서용빈 3인방은 얼굴까지 잘 생겨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LG 선수들에게는 다른 팀 선수들이 가지지 못한 ‘자신감’이 넘쳐흘렀습니다. 그게 발현된 대표적인 경기가 1998년 두산의 전신 OB와 치른 준플레이오프였습니다.
흥미롭게도 당시 LG의 톱타자 겸 주전 유격수는 류지현 LG 감독이었고, 두산 김태형 감독은 2차전에서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썼습니다. 그날이 LG가 포스트시즌에서 마지막으로 두산을 이긴 시리즈였습니다. LG에 그런 날이 다시 올까요. 그런 날을 만들지 못하고는 LG가 꿈에 그리는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도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