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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커피 많이 마시면 지옥 간대”…어린이집 원장 알고보니

입력 | 2021-11-08 10:26:00

하원 후 ‘죽음’ ‘지옥’ 말에 놀란 부모들
알고보니 매주 특정 종교 교육 진행해
정서적 학대 혐의로 원장 A 씨 불구속 입건



경기 오산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종교 교육을 강요 받은 원아. YTN 방송화면 캡처


어린이집 아이들을 상대로 특정 종교를 강요한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8일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경기 오산시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학부모 동의없이 원아들에게 특정 종교를 교육해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원장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8일 YTN의 보도에 의하면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녀온 뒤로 ‘죽음’ ‘지옥’ 등의 낯선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한 아이는 부모에게 “커피를 많이 마시면 지옥에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의 말에 놀란 부모는 “지옥 이야기를 누가 알려줬느냐”고 물었고 아이가 “원장 선생님이 알려줬다”고 답했다. 다른 아이는 “선생님이 집에 가서 엄마, 아빠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다”며 종교 교육을 받은 사실을 비밀로 하라고 배웠다고 전했다.

이를 안 학부모들은 해당 어린이집에 항의했고 원장 A 씨가 매주 아이들을 모아 놓고 잘못하면 지옥에 간다며 종교 교육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해당 어린이집에는 1~5세 아이들 30여 명이 다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다른 교사들 역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항의했지만, 원장의 확고한 철학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수사 결과, A 씨와 어린이집 교사 한 명은 경기 성남시의 한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조사 중 A 씨는 종교 수업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동 학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현재 경찰은 어린이집 내부를 촬영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뒤 포렌식 작업 등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의견도 검토할 방침이다.

관리 책임이 있는 관계자는 “최근 A 씨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한 뒤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9년 기준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보육을 받는 아동은 23만여 명으로 조사됐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