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후 ‘죽음’ ‘지옥’ 말에 놀란 부모들 알고보니 매주 특정 종교 교육 진행해 정서적 학대 혐의로 원장 A 씨 불구속 입건
경기 오산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종교 교육을 강요 받은 원아. YTN 방송화면 캡처
어린이집 아이들을 상대로 특정 종교를 강요한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8일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경기 오산시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학부모 동의없이 원아들에게 특정 종교를 교육해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원장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8일 YTN의 보도에 의하면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녀온 뒤로 ‘죽음’ ‘지옥’ 등의 낯선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한 아이는 부모에게 “커피를 많이 마시면 지옥에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안 학부모들은 해당 어린이집에 항의했고 원장 A 씨가 매주 아이들을 모아 놓고 잘못하면 지옥에 간다며 종교 교육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해당 어린이집에는 1~5세 아이들 30여 명이 다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다른 교사들 역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항의했지만, 원장의 확고한 철학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수사 결과, A 씨와 어린이집 교사 한 명은 경기 성남시의 한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조사 중 A 씨는 종교 수업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동 학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관리 책임이 있는 관계자는 “최근 A 씨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한 뒤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9년 기준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보육을 받는 아동은 23만여 명으로 조사됐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