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례없는 ‘남편 대통령, 아내 부통령’ 국가인 니카라과에서 7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과 이들 부부의 연임이 유력하다고 외신이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엉터리 선거(sham elections)”라고 비난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선거에서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76)은 4연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는 1985~1990년 대통령을 지냈고 2007년 재집권에 성공해 지금까지 집권 중이다. 이번에도 당선되면 그는 2027년까지 20년 연속 집권하게 된다.
과거 반(反)독재 운동에 앞장섰던 오르테가는 1979년 산디니스타 혁명으로 친미(親美) 성향의 소모사 정권을 무너뜨렸다. 중미의 대표적 반미(反美) 정치인으로 꼽히는 그는 본인이 정권을 잡게 되자 독재자로 변했다. 2007년 재집권 후 그는 개헌 등을 통해 장기집권을 준비했다.
이번 니카라과 대선은 노골적인 야권 탄압과 부정선거 논란 속에 치러졌다. AP통신은 강력한 야권 지도자 7명을 포함한 야권 인사 39명이 6월 이후 체포됐다고 전했다. 무리요 부통령에게 맞설 후보로 꼽혔던 미스 니카라과 출신 야권 후보도 가택 연금을 당하고 출마 자격이 박탈됐다.
투표 당일 투표소에는 경찰과 군인 3만 명이 삼엄하게 감시를 섰고 오후 6시 투표 마감 뒤에는 개표 현황도 공개되지 않았다. 인권단체들은 “선거가 공포 분위기에서 치러졌다”고 비판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이날 국영 방송에서 “국민의 절대 다수가 참여한 이번 선거는 ‘테러에 맞선 승리’”라고 자평했지만 AP통신은 니카라과 전역의 투표소에서 줄이 길지 않았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성명에서 “(이들 부부가) 40년 전 오르테가가 싸운 소모사 가문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중미와의 자유무역협정에서 니카라과를 배제하는 등의 제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