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따라가며 몰래 촬영 들통 휴대전화서 5년전 영상까지 쏟아져
“당신, 지금 학생들 불법 촬영하고 있지.”
3일 오후 10시 20분. 비번 날 서울 양재천으로 산책을 가던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1팀 이영석 형사가 눈앞에 있던 20대 남성 A 씨에게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여중생 2명을 내내 뒤따라가던 중이었다.
이 형사는 A 씨가 여학생들과 가까이 붙어선 채 걸어가고 있어 일행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골목 모퉁이를 도는 순간 그가 휴대전화를 수상한 각도로 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여중생들이 버스정류장에 멈추자 A 씨도 학생들 뒤에 멈춰 섰다. 이 형사는 버스정류장을 10m 정도 지나서 뒤를 돌아 A 씨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 형사는 A 씨의 휴대전화에서 다수의 불법 촬영물들을 확인했다. 이날 학생들을 찍은 영상 외에도 편의점, 버스정류장, 지하철 등 여러 곳에서 여성의 신체 부위 등을 찍은 영상들이 발견됐다. 2016년에 찍은 영상도 나왔다. A 씨는 이후 5년간 적발된 적이 없다. 서울서초경찰서는 A 씨를 카메라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