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각해지는 요소수 품귀 현장
운행 중단 ‘재깍재깍’ 요소수 대란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실에 한 사설 구급차 업체의 구급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환자 이송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지금처럼 요소수가 부족하면 구급차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어제 결국 구급차 한 대를 멈춰 세웠습니다. 요소수를 구하기도 어렵고, 한 통에 8000원 하던 요소수가 10만 원으로 너무 비싸져서 어쩔 수가 없네요.”
경기 남부에서 사설 구급차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56)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구급차 8대 중 1대를 7일부터 운영 중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대당 4명씩 투입되는 의료진과 구조사의 인건비에다 크게 오른 요소수 가격까지 더하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현재로선 운행 재개 시점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전국적인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인해 각종 경유 차량의 운행이 어려워지면서 관련 업체들의 불안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구급차나 레미콘 등 시민 건강 및 산업 현장에 필수적인 차량의 운행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유 차량 비율이 높아 요소수가 필수인 레미콘 업계에서는 중소 업체를 중심으로 “이달 말이면 운영이 중단될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업체는 계열사의 주유소 등을 통해 요소수를 납품받지만 중소 업체는 요소수를 공급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도의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중소 업체 레미콘 차량은 대부분 지입 차량이어서 운전사 개인의 요소수 확보 여부에 공장 운영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휴게소에서는 이날 오전 7시 40분 ‘요소수 물량이 넉넉하다’는 소식에 화물차들이 몰려들어 대기 번호가 120번을 넘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터넷의 화물차 운전사 커뮤니티에는 “요소수를 추가로 넣어주는 대신 5만 원짜리 연료 첨가제 구매를 요구했다”는 제보도 올라왔다.
마을버스도 타격 마을버스를 9대 운영하고 있는 맹달주 정릉 안암교통 대표가 8일 요소수를 여러 버스에 배분하기 위해 작은 통에 나눠 담고 있다. 정 대표는 “10L에 1만 원이던 요소수 가격이 보름 전부터 5만∼7만 원으로 폭등했다”며 “보름 뒤에는 버스 운행이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시의 쓰레기 수거 차량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쓰레기 수집 및 운반 차량 2286대 중 51.2%인 1171대가 요소수가 필요한 차량이다. 시가 확보한 요소수로는 3주까지만 운행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서에는 “소방차 운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는 익명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7일 오후 1시 40분경 서울 광진소방서 소속 중곡119안전센터에 ‘소방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50L 요소수 5박스를 가져다 놓았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신호영 인턴기자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졸업 예정
최호진 인턴기자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