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미국 국무부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미국 국무부에서 한중일 외교에 대한 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핵심 당국자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모두 만난다. 10~12일 예정된 방한 일정을 통해서다.
단 현 정부가 6개월여의 임기를 남긴 상황에서 미 차관보의 대선주자 만남을 두고 각종 해석의 여지가 있는 행보라는 일각의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7~10일 일본 방문을 마치고 곧장 한국으로 향한다. 지난 9월 말 상원 인준을 받은 그가 담당 지역 방문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극성-2형.© News1
한국의 대선을 앞두고 미국 인사가 대선 후보들과 면담하는 것은 지난 2017년에 3월에도 있었다. 조셉 윤 당시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을 찾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만났다. 또한 그는 당시 문재인 후보캠프의 정책 자문기구 소속인 서훈 국가정보원 3차장을 비롯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도 회동했다.
그러나 당시는 탄핵으로 한국 정치가 급변하는 ‘특별한 상황’ 이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그해 2월 실시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을 발사 등에 대한 대응 인식이 평시와 달랐다는 지적이다. 이에 윤 대표의 방한은 북한 문제에 국한된 방한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 북한은 2017년 도발 수위를 높여가다 그해 9월3일 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2017년은 정치적으로 비상사태였고 북한도 도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야의 핵심 대선 주자들과 사전에 얘기를 미리해서 대북 정책의 연속성을 가지는 게 중요한 상황이었다”며 “대북특별대표에게 임무를 부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북한이 지난 9월 이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다섯 차례 무력시위를 실시했지만 탄핵이라는 한국 정치의 ‘변수’는 없다.
또한 북미대화의 교착 국면이 장기화 될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대화 재개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한반도는 당분간 상황관리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다수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중국통’으로 평가 받고 있는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의 한국 대선주자 면담은 차기 정부의 대중정책 기류를 사전에 살피려는 목적이 있다는 관측이다. 대중견제를 위한 ‘동맹네트워크 확대’를 진행하는 데 있어 중국을 대하는 각 후보들의 의중을 떠보려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미국은 보통 동맹국 특히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내부 정치에 대해서는 관여를 안 한다”며 “그런데 이렇게 관여를 한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해석의 여지를 가진 행보를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정책을 중시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