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96만여 명 분석 결과 체계 구축-활성화 방안 절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왼쪽), 국립암센터 정승현 교수
국내 진행성 암환자 가운데 6.4%만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팀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중앙암등록자료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에 연계된 진행성 암 신규환자 96만여 명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최근 밝혔다.
진행성 암은 수술로 암 조직을 제거하기 어렵거나 주변의 다른 장기나 조직으로 전이돼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환자들은 수술이 어렵기 때문에 항암치료만을 받으며 생활하게 되는데, 암 투병 과정에서 보행능력을 비롯한 여러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만성적인 통증, 피로 등 증상을 경험하며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행성 암 환자는 항암치료에 더해 꾸준한 재활치료를 받아 피로, 통증, 손발 저림, 근력 악화, 우울감 등 다양한 증상을 관리하고 신체 기능을 유지함으로써 삶의 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한국은 진행성 암환자들의 재활치료 이용률이 6% 수준에 불과하고 체계 구축 및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진행성 암환자 중 30% 이상이 중등도 이상의 장애를 가지고 있고 암 재활치료가 전반적인 신체 기능 회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다양한 연구에서 규명된 만큼 재활치료의 중요성은 매우 크지만, 현재 국내 진행성 암 재활치료 이용률은 실제 필요성에 비해 매우 낮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뇌종양이나 골육종의 경우 전체 평균을 크게 상회해 약 28%의 환자가 재활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두 질환은 다른 암종과 달리 재활치료에 대한 의료보험 수가 기준이 마련돼 있어 비교적 접근성이 높은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재활치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가 기준이 반드시 확립돼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환자의 기능저하를 중심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도 낮은 이용률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정승현 국립암센터 교수는 “진행성 암환자에 대한 재활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의료 체계의 변화, 수가 기준 확립 등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국가 암관리 종합 계획에서 암 재활치료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은주 교수는 “진행성 암환자의 생존율과 암 치료 후의 생존 기간이 점차 늘어나는 만큼 재활치료를 통해 환자들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성 암환자들을 위한 재활치료가 더욱 발전하고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 의학저널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11월 게재될 예정이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