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동아일보 DB
“비어 있는 병상에 그냥 눕혀 놓으면 환자가 저절로 낫나요. 돌볼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8일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를 보고 있던 A 교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5일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이 병원은 코로나19 병상을 22개 더 늘려야 한다. 그럴러면 병상 40개짜리 병동 하나를 통째로 비워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A 교수는 “병상이야 어떻게 늘린다 해도 환자를 볼 의사와 간호사가 없다”며 “결국 위드 코로나의 뒷감당은 남은 의료진의 몫이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인천 중환자실, 벌써 70% 찼다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시작한 지 한 주 만에 중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9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중환자 수는 3번째로 많은 425명이다. 기존 최다 인원인 434명(8월 25일)에 근접했다. 통상 확진자가 늘어나고 일주일에서 열흘 뒤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를 감안하면 위중증 환자 증가는 이제 시작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다음 달 중 위중증 환자 수가 800명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았다.실제 9일 인천 남동구 가천대길병원은 23개 중환자 병상 가운데 20개가 찼다. 나머지 3개 병상은 기존 환자 중에 상태가 나빠진 환자나 응급실로 내원하는 중환자를 받기 위한 것이다. 현장에서는 사실상 ‘풀 베드(full bed)’ 상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전국 평균으로는 아직 코로나19 중환자실 가동률이 55.1%로 다소 여유가 있는 상태다.
● 간호인력 11일 총파업도 우려
정부는 5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병상 402개를 확보하라고 지시하는 등 다시 한 번 ‘병상 동원’으로 코로나19 병상 확보에 나섰다. 문제는 이 병상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환자 한 명은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 배정됐다. 경기지역에 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없어서다. 경기지역은 아직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70% 미만이지만 간호인력이 없어 환자 수용이 불가능했다.
정부가 9월 약속한 ‘코로나19 중증도별 간호사 배치 기준’ 역시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환자 1명당 간호사 수를 △중환자 1.8명 △준중증 환자 0.9명 등으로 정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1일 다시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서울대병원 등 9개 대형병원 노조가 포함돼 있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위중증 증가세에 대해 “현재로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의료 대응 수준으로 감당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총파업에 대해서는 “현재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승적으로 파업을 철회해주시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