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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천안함 부활 진수식에 ‘천안함 장병’은 없었다

입력 | 2021-11-10 00:00:00

바다 위로 다시 떠오른 천안함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대구급 호위함(FFG-Ⅱ·2800t급) 7번함인 천안함 진수식을 열었다. 2010년 북한군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이후 11년 만에 부활한 천안함은 연안 경비 임무를 수행하는 초계함에서 호위함으로 격상됐다. 울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어제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신형 호위함 7번함인 ‘천안함’ 진수식이 열렸다. 2010년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된 초계함 천안함이 2800t급 최신예 호위함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진수식에는 국방부 장관 등 군 주요 관계자를 비롯해 천안함 전사자 유족도 참석해 천안함의 부활을 축하했다. 하지만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최원일 전 함장(예비역 해군 대령) 등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 전 함장 등 생존 장병들은 당초 천안함 진수식에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잠수함 충돌설’ 같은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유튜브 방송을 삭제하거나 차단해 달라는 국방부의 요청에 대해 ‘해당 없음’ 결정을 내린 것에 반발해 전원 불참하기로 했다. 최 전 함장은 “이렇게 음모론이 방조되는 상황에서 쇼에 이용당할 필요가 있느냐”고 그 이유를 밝혔다.

천안함 폭침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떠도는 음모론은 생존 장병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비단 음모론만이 아니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은 이들을 더욱 절망케 했다. 방심위 결정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공식 입장과 상반되는 음모론에 대한 사실상의 면죄부일 수밖에 없다. 앞서 4월에는 대통령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천안함 사건 재조사를 결정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재조사 결정을 번복하고 위원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일각의 터무니없는 음모론에 명백한 진실이 가려지거나 흐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부침 속에 천안함 폭침이 외면 받거나 그 장병들이 냉대 받는 게 작금의 분위기다. 참혹한 폭침에서 살아남은 이들 상당수는 전우를 구하지 못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마땅히 국가가 버팀목이 되어 이들을 보듬어주고 허튼 음모론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다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호 임무에 나설 천안함의 진정한 부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