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글로벌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읽다 보면 가끔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있다. ‘인간미를 잃지 않는 해고의 기술’(2020년 HBR 3-4월호) 같은 기사가 대표적이다. 상사가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불러 “You are fired!(당신은 해고야!)”라고 통보하는 건 한국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다. 일단 법이 허용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유연한 미국 노동시장의 사례들을 한국 여건에 대입해 생각하려니 아무래도 어색했던 것 같다.
그런데 자발적 퇴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변을 둘러보라.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한 직장만 다닌 동료들이 얼마나 되는가. 사업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양한 이력의 ‘경력직’들로만 채워진 조직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속한 부서가 그렇다. 전체 20여 명 중 이곳이 첫 직장인 동료는 서넛뿐이다. 필자를 포함한 나머지는 최소 한 번 이상의 퇴사 경험자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을 구시대 유물처럼 취급하는 MZ세대들이 경제 주축으로 성장하면 자발적 퇴사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주기 또한 빨라질 것이다.
조직문화 전문가들이 최근 ‘퇴사’라는 키워드를 ‘채용’만큼 주목하는 이유다. 구성원들의 잦은 교체는 상당한 비용을 수반한다. 충원과 교육에 들어가는 직접 비용은 물론이고 인력 공백에 따른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사전 예방을 위한 대비책도 마땅치 않다는 거다. 위험요인을 없앨 수 없다면, 결국은 다른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름답게 이별하라.’
다히너 교수는 사표를 내는 직원을 배신자 취급을 할 게 아니라 미래의 잠재 고객, 또는 재입사 가능 후보로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와 퇴직자가 ‘우호적인 관계’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세심한 퇴사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다. 갤로 에디터는 회사를 떠나는 직원의 마지막 근무 태도나 동료들과의 관계 설정이 본인의 평판 관리에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대기업들의 임원 인사 시즌이 곧 시작된다. 몇몇은 이미 끝난 곳도 있다. 연말과 내년 초에는 누군가는 승진하거나 보직을 바꾸고, 누군가는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다. 이런 공식 인사와 상관없이 다른 커리어를 찾겠다며 사표를 내는 동료들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행동과학자인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의 ‘피크엔드 법칙’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체로 한 사건의 가장 강렬한 지점과 마지막 지점을 토대로 그 경험을 판단한다고 한다.
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