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느 수녀가 예수를 식기세척기에 비유했다. 더러운 식기를 깨끗하게 세척하고 찌꺼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식기세척기. 사람들의 고통과 고뇌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얘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수녀는 “자신에게 오는 것을 흡수해서 그냥 담아두지 않고 하늘의 아버지께 넘겨드린” 예수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데즈먼드 투투 주교는 수녀의 말에서 교훈을 얻었다. 위원회의 목적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증언을 청취하고 진실을 밝히고 화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위원회 관계자들이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것을 안에 담아두지 않고 흘려보내야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심리전문가들의 생각도 같았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듣는 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가 될 만큼 끔찍했다. 고문과 살인, 폭력에 관한 이야기들은 인간의 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고통과 괴로움을 대리 체험했다. 그래서 위원회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 중 일부는 결혼생활이 파탄 나고 수면장애가 생기고 성격이 격해져 배우자와 싸우고 과음했다. 취재기자들도 신경쇠약에 걸렸고 속기사들은 증언을 받아쓰며 자기도 모르게 울었다. 공식 언어가 열한 개나 되는 탓에 피해자와 가해자 증언을 일인칭 시점으로 통역해야 하는 통역사들이 가장 심했다. 그들은 심리적으로 가해자도 되고 피해자도 되었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