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거래건수 서초 56% 급락… 호가 낮추고 매물 10% 가까이 늘어 재건축 조합원 여유분 물량도 유찰, 강남권 아파트 관망세 전환 뚜렷 전문가 “시장 조정 가능성 커져”
#2.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삼호가든맨션3차를 재건축한 디에이치라클라스. 조합이 여유분으로 보유하고 있던 물량(보류지)이 지난달 5채 나왔지만 모두 유찰됐다. 최근에는 잔금 납부 기간이 기존 50일에서 90일로 늘어나 다시 나왔지만 응찰자가 여전히 없다. 가격은 전용면적 59m²와 84m²가 각각 27억 원, 33억 원. 집값 상승기엔 가격이 높아도 강남권 보류지 매물은 바로 팔렸지만 이번에 이례적으로 유찰됐다.
강남권 거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서초구와 송파구는 지난달 각각 73건, 74건으로 전월 대비 56.3%, 39.8%씩 감소했다. 강남구는 10월 191건으로 9월(144건)보다 늘었지만 임대였다가 분양 전환 중인 자곡동 LH강남힐스테이트(126건)를 제외하면 실제 거래된 경우는 65건에 그친다.
현장에서도 매물을 찾는 수요가 급감하는 등 바뀐 분위기가 감지됐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400채 규모의 대단지에서 최근 한 달 사이 실거래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추격 매수자가 급등한 가격을 뒷받침해 줄 때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매수심리 위축으로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전 3483채에서 이날 3831채로 9.9% 늘었다. 같은 기간 서초구와 송파구 매물은 각각 9.7%, 3.2% 증가했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들이 많이 신중해졌다”며 “최고가를 따라 사기보다 급매가 나오면 연락 달라는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매도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는 건 매매수급지수에서도 드러난다. 강남3구가 포함된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는 6월만 해도 110을 웃돌았지만 지난달부터 100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치가 낮을수록 매수세가 줄고 매도세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강남3구에서 여전히 최고가 거래가 한두 건씩 나오고 있지만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본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부장은 “매물이 쌓이고 호가가 낮아지며 과열됐던 시장이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