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전국민 지급 추진
홍남기-與간사 예결위서 논의 9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간사 맹성규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말한 ‘자영업자 50조 원 보상’에 대해 “재정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세금 유예’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은 ‘이재명표 재난지원금’ 추진에 필요한 ‘묘안’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재난지원금에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금을 내년에 걷더라도 내년도 예산안을 수정하려면 정부, 야당과 협의가 필요해 예산 심사가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방역물품 구입 지원용” 지원금 공식화
민주당은 방역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올 연말로 예정된 7조∼8조 원의 세금 납부를 내년으로 미루고, 지방비를 더해 1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소득세에서 3조 원가량을, 부가가치세에서 2조 원, 주류세와 유류세 등에서 2조 원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당시에도 총예산 14조3000억 원 중 지방비로 2조1000억 원을 조달한 예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세금을 미뤄가면서까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올해 초과 세수가 생기더라도 국가재정법상 사용처가 정해져 있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이 추산하는 올해 초과 세수는 10조∼15조 원가량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지방교부금과 자금 상환 등에 써야 해 가용자원은 3조, 4조 원 남짓이다.
○ “노골적인 매표 전략” 비판도
재정당국은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방역지원금에 대해 “올해 손실보상 등까지 약 5차례 걸쳐 지원한 내용들을 최대한 잘 마무리하는 것에 금년도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국민 위해 국가가 처음 보답한 게 재난지원금인데 고민이 필요하다”는 민주당 김승원 의원의 요청에도 “예전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때는 금융기관 리스크가 상당히 컸던 측면이 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런 위기는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당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재정을 자기들 통장 예금으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그럴 수가 없다”며 “국가재정을 정치자금으로 쓰려는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오승재 대변인은 “손실보상 소급적용은 끝내 외면하던 민주당이 이 후보 말 한마디에 버선발로 나섰다”며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해괴한 이름을 붙였다”고 맹공했다. 제3지대에서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이날 이 후보와 윤 후보의 ‘50조 원 투입’ 공약에 대해 “두 후보 다 재정에 대해 1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이 후보를 향해서는 “전 국민에게 50만∼100만 원을 준다는 것은 포퓰리즘 선거전략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