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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노후주택 보수 봉사… 취약계층에 온기 불어넣는다

입력 | 2021-11-11 03:00:00

[농촌이 미래다]
다솜둥지복지재단
작년까지 5357가구 주거 개선
올해 44개 단체가 봉사 참여
“일반인도 후원 참여 가능해요”



전북 완주군 고산면 전성호 씨가 농촌 집고쳐주기 봉사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다솜둥지복지재단 제공


겨울이 코앞이다. 누구나 볕 잘 드는 따뜻한 내 집을 그리지만 낡은 집을 수리할 여유 없는 이웃들은 돌아오는 계절이 야속하다. 다솜둥지복지재단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 지역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희망가(家)꾸기 농촌 집 고쳐주기’ 봉사활동을 14년째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5357가구에 온기를 불어넣은 가운데 올해도 벌써 890여 가구에 혜택이 돌아갔다.

가구당 예산은 200만∼500만 원으로 다소 적어 보일 수 있지만, 대신 더 많은 가구에 꼭 필요한 필수범위 개선에 도움을 주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실용적인 봉사를 펼치자는 것이 재단의 뜻이다.

봉사에 참여하는 단체도 늘었다. 작년에는 27개 단체가 참여한 데 이어 올해는 44개 단체가 활동에 참여 중이다. 봉사단체 중 하나인 한국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배현표 사무국장은 “재단과 함께 6년째 전국의 집 고쳐주기 봉사에 참여했다”며 “대상 가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필수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가올 겨울에 대비한 창호 공사가 좋은 예다. 지난달 29일 한국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 봉사단은 전북 지역 2가구의 집 고쳐주기 봉사를 완료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물레방아길 엄명임 할머니(70) 집이 바로 그곳이다. 이틀간 창호공사를 끝낸 후 창호를 새로 단 마루에 앉은 할머니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봉사단에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할머니와 손자가 단출하게 사는 집은 한때 웃음 가득한 동네 사랑방이었지만 할머니가 자녀 둘을 먼저 보내면서부터는 집이 온기를 잃었다. “딸이 교통사고로 일찍 떠나고 외손자와 살았는데 손자가 잘 따르던 아들까지 얼마 전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점점 온기를 잃어가는 집에 새로 창호를 달아 다시 따뜻해진 것 같다”며 봉사단의 손을 꼭 맞잡았다. 또 “올 초에 오랫동안 기르던 행운목에 처음으로 꽃이 피었다. 귀한 손님이 올 거라더니 그 말이 맞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창호 교체 작업 중인 봉사자.

또 다른 곳은 전성호 씨(58) 부부가 사는 전북 완주군 고산면의 집이다. 이곳은 외풍 문제가 심각했다. 화초를 좋아해 마당을 온갖 화분으로 가득 채운 이 부부는 지은 지 100년이 넘은 흙집에 살았다. 아늑한 농촌가옥이지만 부부의 겨울나기는 한 해도 쉬운 적이 없었다. 전 씨는 “작년 한파 때 수도가 어는 것은 물론이고 방 밖으로 외출하는 것도 어려웠다”며 그간의 설움을 하소연했다. 금실 좋기로 소문난 잉꼬부부는 화초를 여럿 돌볼 만큼 부지런하지만 개인사정으로 집을 직접 수리하기 여의치 않았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가꾸던 집에 정이 들어 이사를 갈 수도 없었다”고 전 씨는 설명했다. 봉사단은 노후화된 창호를 교체하고 미닫이문을 보강했다. 또 이음새 막기 등 집의 외풍 막기에 힘썼고 실내등 또한 LED등으로 교체했다. 공사가 끝난 집을 돌아보며 부부는 “이제 겨울이 와도 거뜬하겠다”며 봉사단에 감사하단 말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봉사자들이 받는 보수는 집주인의 감사하다는 인사, 그리고 보람이 전부다. 한국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 장호진 씨(54)는 “지인 소개로 시작한 봉사인데 내 생업이 남에게 이렇게 큰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봉사에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일반인도 후원을 통해 농촌 집 고쳐주기에 기여할 수 있다. 다솜둥지복지재단 관계자는 “홈페이지의 ‘후원하기’ 메뉴를 통해 재단과 뜻을 함께할 수 있다”고 방법을 전했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