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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란 바뀌어 남의 아이 출산 ‘날벼락’…“낳고 키웠는데”

입력 | 2021-11-10 14:58:00

카디널 부부의 생물학적 친딸(왼쪽)과 낳아서 기른 딸. 사진=법률회사 로스트엠브리오스 제공


미국의 한 병원에서 인공수정한 수정란이 바뀌어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낳게 된 부부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에 거주하는 다프나 카디널과 알랙산더 카디널 부부는 2019년 불임 클리닉인 캘리포니아생식건강센터(CCRH)에서 체외수정을 통해 둘째 아이를 가졌다.

다프나는 그해 건강한 소녀를 낳았다. 하지만 곧 아이의 외모를 보고 의아했다. 부부는 백인이었지만 아이는 피부색이 어두웠고 머리카락도 짙은 흑발이었다.

부부는 출산 후 8주 뒤 받은 유전자 검사에서 아이가 생물학적으로 자신들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병원에서 수정란이 뒤바뀌면서 다른 부부가 카디널 부부의 아이를 낳은 것이다.

두 부부의 아이들은 2019년 9월 일주일 간격으로 태어났다. 카디널 부부는 아이가 태어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자신의 생물학적 딸이 존재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같은 해 12월 31일 두 부부는 만나서 아이들을 다시 바꾸기로 합의했고 2주 뒤 서로 친딸을 되찾았다.

캘리포니아 법원에 따르면 CCRH는 이 부부의 수정란을 다루는 일을 비트로 테크 연구소라는 곳에 위탁했다. CCRH와 비트로 테크 연구소 모두 ‘엘런 모’라는 박사의 소유였다. 어떤 실수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디널 부부는 지난 8일 CCRH와 엘런 모 박사를 의료 과실, 계약 위반, 태만,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변호사 아담 울프는 “이번 사건과 관계된 다른 부모는 신원을 밝히길 원하지 않으나 이들도 병원을 상대로 소송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디널 부부는 기자회견에서 “병원이 신중하지 못하고 태만했다”고 비판했다. 아내 다프나는 “두려움, 배신감, 분노, 비탄감에 휩싸였다. 뼛속까지 뒤흔들고 나를 영원히 바꿔놓은 고문이었다”라며 “내 아이를 낳을 능력을 빼앗겼다. 내 아이를 배에서 기르며 유대감을 가지고 태동을 느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