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경영연구원 회장직 사임, “사회의 그늘 더 돌보며 살겠다”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66·사진)이 두산경영연구원 회장 직에서 사임하고 그룹을 떠난다고 두산그룹이 10일 밝혔다. 박 전 회장 두 아들도 그룹 임원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부자(父子) 모두 두산그룹에서 독립하게 됐다. 재계에서 그룹 회장을 지낸 뒤 아들들과 함께 독립하는 건 드문 사례다.
두산그룹 측은 “박 전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후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겠다고 이야기해 왔다. 매각 이후 경영 실무는 관여하지 않았고 매각이 마무리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임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본인이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두산인프라코어가 올해 8월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매각되면서 사임 의사를 계속해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초부터 공언한 대로 그룹의 모든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그룹의 실무를 떠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상징적 존재로 있던 자리까지 모두 떠난다”고 밝혔다.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43)은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및 패션 관련 유망 회사 육성과 디자인 제품 개발 등의 일을 할 예정이다. 차남인 박재원 두산중공업 상무(37)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스타트업 투자 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다. 박 부사장은 이날 두산그룹을 통해 내놓은 입장문에서 “관련 업계에서 유망 회사들을 육성하는 일에 이미 관여하고 있었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5남인 박 전 회장은 그룹 내 ‘형제경영’ 전통에 따라 박용현 전 회장 뒤를 이어 2012∼2016년 두산그룹 회장을 지냈다. 1983년 두산건설에 입사해 두산그룹 기획조정실장, ㈜두산 대표이사 부회장, 두산중공업 회장,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맡았다. 2013∼2021년에는 대한상의 회장을 역임했다. 2016년 3월에 조카인 박정원 현 회장에게 회장을 넘기면서 두산그룹은 4세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