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공급망서 中 따돌리기… 한국 등 동맹국에 동참 압박 높여 中, 원자재 공급 무기로 존재감 과시 마그네슘 생산 줄여 제2 요소수 우려… 재계 “단기적 해결책 안보여”
격화되는 미국-중국 갈등에 한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공급망 패권을 둘러싸고 경쟁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 큰 영향을 받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요소수 품귀 사태로 중국이 언제든 각종 원자재를 무기화할 수 있음을 체감한 한국 주요 기업들은 당장 내년도 경영 전략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급망관리시스템(SCM)을 점검하고, 핵심 부품에 대한 수입처 다변화 방안을 찾는 데 안간힘이다.
재계 관계자는 “촘촘히 연결돼 있는 공급망에서 기술이나 원자재 등의 핵심 위치를 차지한 국가는 자원이나 기술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무기화해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자원 및 생산은 중국에, 기술과 판매는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곤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에선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가 결과적으로 중국의 ‘힘의 과시’ 목적이 담긴 게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중국 내 요소 가격은 올해 들어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중국 내 재고가 쌓인 탓이다.
미국은 동맹국을 활용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불확실성을 꺼리는 기업으로서는 사업의 변수일 수밖에 없다. 9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의 요청에 따라 반도체 사업 관련 정보를 제출했다. 미국의 압박에 세계 67개 반도체 기업이 ‘숙제’를 했고, 미국은 제출 여부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미국 중심의 파트너십 동참 여부를 중계하다시피 했다.
국내 기업들은 경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중국의 원자재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지만 단기적 해결책은 좀처럼 못 찾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당분간 테이블에 앉을지 말지 결정하라는 미국, 원자재 공급으로 협박하는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