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원한다” 여론 57%나 돼도 윤석열 청와대까지는 알 수 없는 일 문파-명파 빼고 안철수 김동연까지 관용-다양성 존중 ‘자유주의 연대’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선거 전략가들은 55 대 35를 정권교체의 변곡점으로 본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55%를 넘고 재집권을 원하는 여론이 35%를 밑돌 때,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노무현 정부 임기가 반년 남았던 2007년 8월.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정권교체 여론이 58.4%였다(재집권 여론은 32.1%). 그해 말 대선에서 대통령은 바뀌었다. 5년 후 한겨레신문-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선 정권교체론이 52.5%였지만(재집권 여론은 39.9%) 여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다. 박근혜 지지층은 그의 당선을 정권교체로 본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선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이 무려 57%다(이달 초 갤럽·현 정권 유지는 33%). 여당이 참패한 4·15서울·부산 보궐선거 때 마(魔)의 55 대 35는 이미 넘어갔다. ‘대장동 사태’를 거치면서는 날로 벌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홍준표의 쿨한 모습이 오래가진 못했다. 2030의 지지도가 높았던 그도 이틀 뒤 “비리 의혹 대선엔 참여할 생각이 없다”며 좁쌀영감 같은 뒤끝을 드러내고 말았다. 잠시 잊었지만 홍준표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반대와 태극기집회 등 수구 보수정당의 퇴행을 주도했던 인물이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다시 선택하지 않은 건 현명한 판단이었던 거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벌써 청와대라도 차지한 양, 선거대책위원회를 둘러싸고 자리싸움을 하는 듯한 행태를 보인다는 데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하이에나와 파리 떼’ 없는 선대위 구성을 주문했고, 윤석열 캠프에선 반발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 여망을 배반하는 일이다.
다른 건 몰라도 윤석열이 측근 위주로 선대위를 만들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백번 잘한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광흥창팀 같은 대통령 선거운동이란 것이 결국 집권 후 소수 측근 인사에 의한 유사 독재로 흐른다”고 단호하게 말했다는 거다.
임종석, 윤건영, 탁현민 등 13인의 사조직 광흥창팀 중 10명은 문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비서실로 옮겨가 ‘청와대 정부’를 이끌었음은 이미 책으로 나와 있다. 청와대실장과 수석들이 장관과 집권당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선 대통령 뜻이라며 입법·사법·행정을 무너뜨린 결과가 자유민주주의 파괴이고, 촛불파시즘이었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자신을 정치로 부른 국민의 뜻을 “내 편 네 편 가르지 않고 국민을 통합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반드시 안철수, 김동연 등 중도의 제3세력과 함께 해 ‘자유주의 연대’를 꾸렸으면 좋겠다. 문파나 명파가 아니라면 민주당 사람도 상관없다.
한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했다 지금 창피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도 함께 한다면 더 큰 대한민국으로 갈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 과정에서 다름에 대한 인정, 관용과 화해, 다양성의 존중 같은 자유주의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의 사전에는 ‘내로남불’은 없을 것”이라는 그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은 이 한마디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대통령도 책임져야 할 일에는 책임지는 것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대선캠프를 놓고 시시하게 자리싸움하지 않는 것, 그것부터가 정권교체를 원하는 우리 국민의 ‘거지 같은 사랑’에 응답하는 길이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