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퇴직연금 확 바꿔야” 한목소리
한국 연기금, 탄탄한 안전망 되려면…
《글로벌 컨설팅기업 머서가 발표한 ‘글로벌 연금지수 평가’에서 한국은 평가 대상국 43개국 중 38위를 차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5년 새 2배로 불어 255조 원을 넘어섰지만 이 기간 평균 수익률은 연 1.8%에 그쳐 노후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10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연기금의 성장과 금융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2021 동아뉴센테니얼포럼’에서는 이 같은 분석 결과와 연금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고 국내 금융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이 논의됐다.》“1%대 수익률 퇴직연금, 운용 아닌 방치한 것… 적극적 투자 필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시작은 ‘노 유어(Know your) 퇴직연금’에서 출발합니다.”(손수진 미래에셋자산운용 WM연금마케팅부문 본부장)
○ “‘금융’ 없는 퇴직연금”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포럼 축사에서 “고령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노후 대비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고령층의 노후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연금 연계 치매보험 등 고령자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장(국민의힘)은 축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4%, 노후 소득 대체율은 55%인 데 비해 우리나라 수준은 상당히 낮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2016∼2020년 국내 퇴직연금의 연환산 수익률은 1.85%에 그친다. ‘제로금리’ 시대에도 퇴직연금 적립금(작년 말 255조5000억 원)의 89%가 예금, 보험 등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운용되는 영향이 크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이 기업 복지 차원의 ‘퇴직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익률이 임금 상승률에도 못 미친다”고 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머서가 CFA협회와 함께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연금지수 평가’에서도 한국은 평가 대상 43개국 중 38위를 차지했다. 특히 개인연금 제도와 정부 규제, 관리 방식 등을 평가한 ‘무결성’ 부문에서는 40위에 그쳤다.
○ “자산 약 60% 주식에 투자”
호주의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은 연 8%대의 높은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머서의 데이비드 녹스 시니어 파트너는 “1992년부터 모든 근로자의 연금 가입이 의무화된 데다 연금 자산의 약 60%가 국내외 주식 등으로 적극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원리금 보장 자산과 현금 비중은 25%에 그쳐 장기 수익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995년 호주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정도이던 연금 자산은 올해 1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호주는 여러 기업의 퇴직연금을 한데 묶어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일찌감치 도입했다. 적립금 운용을 책임지는 수탁법인의 전문가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 및 자산 배분에 나서고 있다. 또 근로자가 수익률이 높은 다른 기금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녹스 파트너는 “한국도 모든 근로자에게 더 안전한 노후를 보장해주고 가입자의 신뢰도와 선택권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원리금 보장은 운용 아닌 방치”
동아일보와 채널A가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연기금의 성장과 금융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2021 동아뉴센테니얼포럼’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주임교수,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 손수진 미래에셋자산운용 WM연금마케팅부문 본부장, 이훈 한국투자공사 미래전략본부장, 장동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손수진 본부장은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은 장기 투자, 분산 투자, 자산 재조정 세 가지를 꼭 실천해야 한다”며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도 퇴직연금 수익률이 회사 이익을 좌우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