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의료현장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에만 1만 명 가까이 사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 남은 간호사들은 업무 부담이 늘어 또 다시 사직서를 만지작거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른 확진자 폭증에 따른 실질적인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7년 6월~2021년 6월)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보건소 등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 증가율은 2017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매년 3.96%(7012명), 4.18%(7693명), 8.01%(1만5376명)로 커지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6월 기준 7.74%(1만6052명))를 기점으로 둔화되기 시작해 델타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올해 6월에는 4.77%(1만650명)로 크게 꺾였다.
대한간호협회(간협) 관계자는 “최근 5년 간 간호사 국가고시 합격자가 매년 조금씩 늘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 인력 수요가 커진 최근 1년 새 간호사 증가세가 오히려 크게 꺾인 것은 그만큼 현장의 간호사들이 많이 떠나갔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올해 국시 합격자(2만1741명)수와 간호사의 평균 취업률(85%)을 감안하면 취업한 간호사 수는 총 1만8500명이지만, 증가한 인원은 1만650명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론 7850명이 사직한 셈인데, 통계상 잡히지 않는 민간 병원까지 고려하면 1만 명 가량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간협 측 설명이다.
방역당국이 지난해 12월부터 간협을 통해 코로나 전담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할 파견 간호사를 모집해오고 있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코로나19 현장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후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파견 간호사는 충분한 교육 없이 현장에 급히 투입돼 숙련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의료계는 사명감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한계에 다다른지 오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는 “간호사들이 사직서를 들고 노조를 찾아와서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못 버티겠다’며 우는 간호사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한 예로 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의 경우 일반 병동을 쪼개 코로나 병동으로 만들었는데,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간호사대로 힘들고 일반 병동 간호사들은 코로나 병동으로 차출된 간호 인력으로 인해 원래 돌보던 암환자 등을 더 많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사직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립대병원의 간호 인력 확충 요청조차 제대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경북대병원, 부산대병원, 충남대병원 간호 인력의 65%가 사직했다. 특히 경북대병원 칠곡분원의 간호사 사직율은 무려 82.4%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간호인력 부족으로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던 지난해와 올해 전국 11개 국립대병원의 증원 요청보다 각각 879명, 639명 적게 충원됐다.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는 “정부는 배치기준을 시범 적용하는 병원을 모니터링해 기준이 타당한지 검토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은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면서 “현장에선 정말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