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속에서 ‘빚투(빚 내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등 부동산과 주식 투자 열풍이 지속되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한 달 새 17조 넘게 급증하는 등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대규모 청약자금이 회수되면서 전월 50조 넘게 늘었던 것에 비해서는 증가폭은 둔화됐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9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9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512조1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7조4000억원(0.5%) 증가했다. 전월(50조5000억원)에 비해서는 증가폭이 둔화됐다.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12.8% 증가해 전월(12.5%) 보다 증가폭이 더 컸다. 2008년 12월(13.1%) 이후 12년 9개월 이후 최대 증가률이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시중 통화량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차장은 “주택 매매 및 전세거래 등을 위한 대출자금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라고 말했다. 9월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4조7000억원 늘었다.
기업 부문의 통화량은 1043조3790억원으로 전월대비 14조6000억원(1.4%) 늘어났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코로나19 관련 자금수요와 국책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저금리 대출 등이 지속되면서 자금이 유입 됐다”며 “대기업은 금리인상 전망에 따른 회사채 발행 확대 등 예비자금 확보 노력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기타 금융기관의 통화량은 570조8810억원으로 10조1000억원(1.7%) 줄면서 3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됐다. 대형 공모주에 대한 청약자금이 일부 회수된 영향이다.
정 차장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지난 7월 말과 8월에 있었던 대형 공모주 청약 자금이 들어왔다가 바로 나가지 않고 묶여 있던 자금 18조5000억원 중 이번달 10조 가량 빠져나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상품별로는 언제든 출금이 가능한 예금인 요구불예금이 7조8000억원 불어났다.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도 6조5000억원 증가했으나 MMF는 19조5000억원 줄었다.
단기자금 지표인 M1(협의통화)은 1328조2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4조5000억원(1.1%) 늘어 M2 증가율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M1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높은 수익률을 따라 움직이기 쉬운 자금을 의미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