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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배터리 주인공은 나야 나”…한중일 삼국지 ‘전운’

입력 | 2021-11-11 14:47:00

LG엔솔·SK이노 ‘NCM’ vs CATL ‘LFP’ vs 파나소닉 ‘전고체’




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2021.4.11/뉴스1 © News1


한국 배터리업계(LG에너지솔루션, SK온)의 ‘구반반’, 중국 CATL의 ‘LFP’, 일본 파나소닉의 ‘전고체’ 구도로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차세대 전기자동차 배터리 주도권을 놓고 한중일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중점 전략이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11일 현존 리튬이온배터리 중 최고 사양인 ‘구반반’ 배터리를 다음달부터 세계 최초로 양산한다고 밝혔다. 이 배터리는 내년 상반기(1~6월) 출시되는 미국 포드의 ‘F-150 라이트닝’에 처음 탑재된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주류는 리튬이온배터리 중에서도 양극재를 니켈(N), 코발트(C), 망간(M)을 6:2:2~8:1:1 비율로 배합해 만든 NCM 배터리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한국, 미국, 폴란드 등 공장과 SK이노베이션의 한국, 미국, 헝가리 등 공장에서 제조해 주류 완성차 업계들이 채택한 배터리 대부분을 차지한다.

글로벌 배터리 회사들은 이 NCM 배터리의 출력을 더 높이거나, 제조 단가를 더 낮추거나, 안전성을 더 높인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은 NCM 중 니켈의 비중을 90%까지 높인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다. 니켈 비중을 높이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 출력이 좋고 사용 시간이 길어진다. 대신 화재 취약성은 커진다. 한국 기업들은 니켈 함량이 높은 배터리를 안전하게 만드는 기술에서 앞서 있다. 이번에 SK온이 다음달 양산 발표로 그 출발선을 끊은 셈이다.

구반반 배터리는 기존 NCM811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20%가량 높다. 같은 크기 배터리를 탑재했을 때 500㎞를 주행할 수 있던 차량이 600㎞를 달릴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도 니켈 90% 비율의 차세대 제품을 개발 중이다. 내년 상반기 상용화가 목표다.

반면 중국 CATL은 양극재 재료에 리튬(L), 인산(P), 철(F) 등을 사용해 출력은 낮지만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내년 글로벌 시장 출격을 앞두고 있다. 특허 문제로 그간 중국 내수용으로만 생산했던 LFP 배터리는 내년 초 주요 특허들이 만료되면서 해외로 수출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최근 NCM 배터리의 소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 배터리 경쟁력이 강해졌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기존 NCM 배터리의 60% 수준밖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테슬라가 내년 양산할 기본형 모델(모델, 모델Y)과 벤츠의 EQA, EQB 등 엔트리 모델에 적용이 확정되면서 ‘가성비 대체재’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일본 파나소닉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로 한 번에 배터리 업계 판도를 바꾸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의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만든 배터리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는 아예 형태가 다르다. 개발 기간이 길고 비용이 높지만 고출력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2008년부터 도요타와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온 파나소닉은 현재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 9월 세계 첫 전고차 배터리 탑재 콘셉트카를 공개하기도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엔트리 모델, 프리미엄 모델 등으로 더욱 세분화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그에 맞는 배터리 전략도 다변화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라며 “시장의 흐름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자사에 가장 최적화된 전략을 빠르게 채택하는 곳이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