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60% 이상 불안증세 완치 후에도 우울증 등으로 시달려 재택치료 도입 땐 더 취약해질 우려 범사회적으로 나서 부작용 줄여야
10일 울산생활치료센터 관계자가 코로나19 확진자 입소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울산대병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확진자 중 60% 이상이 다양한 불안 증세를 겪었고, 완치 후에도 상당수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 제공
# 울산의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를 최근 퇴소한 40대 A 씨는 폐소(閉所)공포증으로 고생했던 기억에 지금도 고통스럽다. A 씨는 10여 일간 좁은 방에 혼자 격리돼 있었다. 공포로 온몸에 진땀이 나는 심리 불안 증세가 심해 의료진과 심리상담을 했지만 크게 호전되진 않았다. 퇴소 후 집으로 돌아간 그는 더 큰 난관을 겪어야 했다. 집 현관문에 ‘확진자는 우리 동네를 떠나라’ ‘왜 코로나를 우리 아파트에 옮겼느냐’는 등의 쪽지들이 붙어 있었다. A 씨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 경남의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치료를 받는 40대 회사원 B 씨. 이달 초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직후부터 이어진 우울감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격리 직후 회사 동료가 확진됐다는 소식을 접했으며, 자신의 동선과 겹친 사람들이 모두 검사를 받았다는 소식에 회사로 복귀하면 동료들로부터 지탄을 받을까 봐 불안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60% 이상이 이들처럼 다양한 불안 증세를 겪었고 완치 후에도 상당수가 심리적 고통이 지속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울산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팀이 경남권제1생활치료센터(부산 기장)와 2생활치료센터(경남 양산), 울산생활치료센터(울산 남구) 등 3곳의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에 6월 3일∼7월 31일 입소한 환자 648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태 조사를 한 결과다.
조사 결과, 센터 입소 시점에서는 전체 환자의 50.6%가 불안감을 호소했고, 17.8%는 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다. 이들 중 13.6%는 심한 수준의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21.1%가 중간 수준의 고통을, 나머지 65.3%도 경미하지만 고통스럽다고 답했다. 전체의 12.7%가 두려움, 죄책감,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 등 극심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호소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환자도 7.5%나 됐다. 우울증은 30.5%의 환자에게서 나타났다. 퇴소 시점 조사에서는 △불안감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 환자는 입소 시점보다는 줄었지만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우울증은 입소 시점보다 퇴소 시점에서 오히려 25%포인트 증가했다.
연구를 진행한 박장호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퇴소 후 코로나 확진자라는 사회적 지탄과 어려워진 경제적 현실에 대한 걱정이 우울증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기존에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더 위험하다”고 했다. 10일 기준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38만5831명이다. 35만2940명이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에 격리됐다가 해제됐다.
전문가들은 확진자들의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재택치료 시스템이 본격 도입되면서 이 같은 심리 건강 방역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치료 기간은 물론이고 완치 이후에도 환자들의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정부가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확진자를 부정적으로 낙인찍는 현상을 없애는 노력이 범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