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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만도 한데 강해지는 두산… 일등공신은 ‘3승’ 이영하

입력 | 2021-11-12 03:00:00

[두산-KT 한국시리즈]
PS 5경기서 위기때마다 등판… 3승 1홀드 평균자책점 2.45
정규시즌보다 훨씬 높은 성적… 선발 흔들리면 2, 3회에 투입
김태형 감독 전략도 잘 맞아 “자신감 있는 스플리터 눈길”



평균 2m 릴리스포인트에서 내려찍는 두산 이영하의 묵직한 공은 타석에 선 타자를 얼어붙게 만든다. 정규시즌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던 이영하는 포스트시즌 들어 팀에서 가장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역투하는 이영하.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두산이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의 대업을 이루는 데 일등공신은 단연 투수 이영하(24)가 꼽힌다. 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닝을 가리지 않고 등판한 이영하는 올 포스트시즌(PS) 들어 5경기에 등판해 3승 1홀드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 중이다. 팀이 거둔 5승 중 3승을 책임졌다. 준플레이오프 평균자책점 1.59, 플레이오프 0.00으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정규시즌의 부진(35경기 5승 6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6.29)을 보란 듯 씻어내는 호투다.

롤러코스터를 탔던 정규시즌과 달리 이영하는 가을야구 들어 최상의 컨디션을 뽐내고 있다. 구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군사용 레이더 기술을 활용해 투·타구 정보를 분석하는 스포티스틱스의 ‘트랙맨베이스볼’에 따르면 이영하의 PS 패스트볼, 스플리터 최고구속은 각각 시속 152.3km, 137.5km로 정규시즌 가장 좋았던 때(153.0km, 138.1km)와 비슷하다. 슬라이더의 경우 140.7km로 오히려 정규시즌(140.4km)보다 빠르다. 정규시즌 때와 달리 모든 구종의 제구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잘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플리터의 비중을 정규시즌 5%에서 PS 10%로 높인 것이 눈길을 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심리적 부담이 큰 PS 경기에서 폭투 가능성이 높은 스플리터를 자신 있게 던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커맨드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기마다 달라지는 볼 배합도 상대 타선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당시 패스트볼 35%, 슬라이더 59%를 구사했던 이영하는 다음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패스트볼 72%, 슬라이더 16%로 180도 다른 경기 운영을 펼쳤다.

이영하를 조기 투입한 김태형 두산 감독의 용병술도 100%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이영하는 LG와의 준PO 3차전 2회, 삼성과의 PO 2차전 3회 각각 투입돼 모두 승리를 챙겼다. 허 위원은 “하위 타순에도 장타력 있는 타자가 있는 메이저리그(MLB)와 달리 우리 가을야구에선 의외의 한 방으로 경기가 뒤집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런 면에서 경기 후반을 위해 좋은 투수를 아껴 놓기보단 초반 위기에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두산의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 타선을 얼어붙게 만드는 ‘영하의 가을야구’는 어떤 엔딩을 맞이할까. 그 하이라이트가 될 KT와의 KS(7전 4선승제)가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막을 올린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