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혁·산업1부
“오늘 요소수 구하려고 1시간을 길에 버렸습니다. 불편은 결국 또 서민들이 감당해야만 하는 겁니까.”
11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만난 경유 승용차 운전자는 이렇게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이날 승용차 한 대에 요소수 10L, 화물차 승합차 등은 30L까지만 판매하는 내용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표한 것을 두고 국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정부 대책으로 요소수 품귀 우려가 근본적으로 해소됐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동네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던 요소수는 이제 주유소에서 줄을 서야 살 수 있는 귀한 물건이 됐다. 가격도 비싸졌다. 어느 주유소가 요소수를 파는지 정보도 국민들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알 수 있다. 환경부 측은 “요소수 판매처가 곧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객관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미 10월 초부터 무역업자들 사이에서는 “요소 부족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말이 돌았다. 언론에서도 10월 말부터 요소수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11월 2일에 가서야 첫 회의를 열었고, 요소수 대란에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 ‘마스크 요일제’에 따른 불편의 기억이 생생한 국민들에게 이번엔 ‘요소수 배급제’를 강요하게 됐다. 때늦은 정부 대응이 기업과 국민의 피해로 돌아오는 악순환은 언제쯤 끊어질 수 있을까.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