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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정상회담 앞둔 美-中, 기후협력 깜짝 합의

입력 | 2021-11-12 03:00:00

COP26 폐회 이틀앞 공동선언 발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을 이틀 앞둔 10일(현지 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특사(왼쪽)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특별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기후 대응 강화에 관한 미중 글래스고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글래스고=AP 뉴시스


정치, 외교, 군사 분야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충돌해 온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서로 협력하겠다는 공동선언을 10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15일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화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깜짝 합의다.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도 힘을 합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 상황을 관리하려는 양국의 계산이 반영된 결과다.

10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이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회를 이틀 앞두고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2020년대 기후 대응 강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미국과 중국은 기후 변화에 있어 협력만이 유일한 해결법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며 합의 사실을 알렸다.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특별대표 또한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공통의 도전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엔 차이보다 합의가 더 많다”고 밝혔다.

공동선언에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온실가스인 탄소와 메탄 배출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기후 대응 강화를 위한 실무그룹을 내년 상반기에 가동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삼림 벌채를 막고 숲을 보전하는 데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회담 결과 및 향후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기후변화는 팬데믹 대응과 함께 미국이 중국과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 꼽았던 대표적인 사안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진행된 COP26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실패한 총회’로 낙인찍히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공동선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미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각각 세계 1, 2위 국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양국 합의를 환영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선언문에 구체적인 목표 수치, 세부 실행 방안 등이 없어 이번 합의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미국 CNBC는 시 주석이 양국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에 초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시 주석의 초청을 거절하자니 양국 관계의 경색이 우려되고, 받아들이자니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 메시지와 모순된다는 딜레마에 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