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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진보 표심 잡기 나선 윤석열 “DJ-盧 통합정신 배우겠다”

입력 | 2021-11-12 03:00:00

목포-봉하마을 돌며 외연 확장



노무현 묘역 21분간 참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윤 후보는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소탈하면서 기득권과 싸운 노무현 정신을 잘 배우겠다”고 밝혔다. 김해=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11일 전남 목포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잇달아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며 “절 반대하는 분들도 다 포용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전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을 사과한 데 이어 이날 하루 “국민 통합”을 11차례 강조하며 외연 확장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 ‘국민 통합’ 11번 외친 尹
윤 후보는 이날 김 전 대통령은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노 전 대통령은 서민의 대통령으로 칭하면서 중도층과 진보 진영 껴안기에 나섰다. 반문(반문재인) 전선을 기치로 대선에 나섰지만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지지층을 향해서는 구애에 나선 것.

윤 후보는 이날 오전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찾아 “김대중 정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내세울 것이 국민 통합”이라며 “그 행정과 지혜를 배워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고 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을 힘들게 했던 분들을 다 용서하고, 국민 통합이라는 큰 밑그림으로 IMF라는 국난 극복을 해나가셨다”고도 했다. 그는 방명록에 “국민 통합으로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초석을 놓으신 지혜를 배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되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것으로부터 바로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며 “(선언에는) 한일관계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거의 모든 원칙이 녹아들어 있다”고 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다.

윤 후보 방문을 두고 전남5·18민주화운동동지회 회원 약 20명은 기념관 앞에서 “윤 전 총장의 목포 방문과 기념관 방문을 반대한다”며 농성을 벌였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제가 차기 정부를 맡더라도 절 반대하는 분들을 다 존중하고 포용하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전 지역이 경제 성장과 번영에서 소외돼선 안 된다”며 “지역뿐만 아니라 세대 간의 문제에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권양숙 면담 불발…21분 만에 참배 종료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했다. 전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시민들의 반발에 막혀 헌화와 분향을 하지 못한 것과 달리 이날은 100여 명의 지지자가 모여들었다. 윤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 헌화와 분향을 했고, 방명록에는 “다정한 서민의 대통령 보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은 청년세대의 사랑을 많이 받으신 분”이라며 “서민적이고 소탈하면서 기득권과 반칙, 특권과 많이 싸우셨다”고 했다. 그는 “국민 통합이 용서와 화해의 통합도 있지만 부당한 기득권을 타파해 국민 통합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며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두 분 모두에게서 이런 정신을 배우겠다”고 했다.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정치 보복을 안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정치 보복은 정치가 아니라 공작이기 때문에 그런 공작은 안 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는 지난달 봉하마을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40여 분 대화를 나눈 것과 달리 이날 윤 후보와의 면담에 응하지 않았다. 윤 후보 측 김병민 대변인은 “요청을 드렸는데, (권 여사가) 다른 쪽으로 갔다가 시간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고 했다. 올해 6월 정치 참여 선언 이후 처음 봉하마을을 찾은 윤 후보는 21분 만에 자리를 떴다.



목포·김해=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