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추모탑에 헌화·분향하려다 시민단체의 항의에 가로막혀 추모탑 입구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11.10/뉴스1 © News1
‘전두환 옹호발언’으로 인한 호남지역 민심을 추스리고 현 여당에서 배출한 대통령들인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신을 기리며 외연확장을 도모한 전략적 행보다.
윤 후보의 이번 일정에 대한 성과를 두고 평가는 엇갈린다. 외연확장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호남지역의 계속된 반발 등으로 인해 ‘반쪽’ 성과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광주에서 하루 묵은 윤 후보는 이튿날인 11일 오전 목표에 있는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민주당 출신 두 대통령의 정신을 되새겼다.
윤 후보의 이번 일정은 광주 민심을 달래고, 당심에 집중된 자신의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우선 광주에서는 지난 경선 과정에서 자신이 발언한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인해 성난 지역 민심을 달래는 데 집중했다. 광주에서 찾은 세 곳을 신군부에 저항한 광주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장소로 구성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첫날 마지막 일정인 5·18민주묘지에서는 “상처받은 모든 분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40여년 전 오월의 광주 시민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사과 메시지를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 관련 일정에서는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윤 후보는 방명록에 “국민통합으로 국가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초석을 놓으신 지혜를 배우겠습니다”고 썼다.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친 후에는 방명록에 “다정한 서민의 대통령 보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참배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두 분 다 통합을 강조하셨다”며 “두 분 모두에게 이런 정신을 배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방문을 항의하는 시민들이 충혼탑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1.11.10/뉴스1 © News1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당일(10일) 입장문을 통해 “지극히 실망스럽다. 도대체 사과를 왜 하는지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90여 개 지역 시민사회·여성·문화·예술·노동 단체는 “우려했던 대로 윤석열의 광주 방문은 정치쇼로 그치고 말았다”며 ‘거짓 참배’라고 비판했다.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의 만남이 불발된 것 역시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윤 후보 측에 따르면 권 여사 측에 예방요청을 했지만, 권 여사의 일정으로 인해 예방이 성사되지 않았다.
다만 통합과 중도 외연확장이란 윤 후보의 목표는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선대위 구성 등 선거과정에서 외연확장을 향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후보 선출 후 첫 일정으로 광주와 봉하마을을 방문하면서 윤 후보가 지향하는 점은 분명히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민주진영, 호남지역의 반발이 여전한 만큼 향후 관련 노력을 계속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