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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의 머리카락과 옷에 몰래 소변을 본 30대 남성 연극배우가 하급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12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 씨(33)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 2019년 11월 천안시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의자에 앉아 통화하던 A 양(18)의 뒤로 몰래 다가가 소변을 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 양은 머리에 무엇인가 닿는 느낌은 들었지만 옷을 두껍게 입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인식하지 못했고, 귀가 후에야 범행 사실을 알게 돼 경찰에 신고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강제 추행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피해자가 혐오감을 느낀 점은 알 수 있지만 김 씨의 방뇨행위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 자유가 침해됐다고 인정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은 처음 보는 여성인 피해자의 뒤로 몰래 접근해 성기를 드러내고 피해자의 등 쪽에 소변을 봤다”며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써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행위 당시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