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간) 전미 시니어경기대회(NSG)에서 줄리아 호킨스 선수(105)가 육상 100m 결승점을 통과한 뒤 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평소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그의 귀에 분홍색 꽃이 꽂혀있다. 전미 시니어경기대회 트위터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7일(현지 시간) 열린 전미(全美) 시니어경기대회 육상 100m 대회. 성조기와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붉은 반팔 차림의 여성 선수가 1분 2초 95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참가번호 4635번, ‘허리케인’이란 별명을 가진 줄리아 호킨스 선수. 1916년생인 그는 올해 105살이다.
이날 호킨스는 ‘105세 이상 여자 선수’ 부문에 혼자 출전해 우승하고 세계 신기록도 세웠다. 백발 곱슬머리의 호킨스는 오른쪽 귀에 분홍색 꽃을 꽂고 결승선을 넘은 뒤 만세 포즈를 취했다. 남들은 걷기도 쉽지 않은 나이에 총총걸음이지만 ‘뛰어서’ 100m를 완주한 그는 주변의 축하에도 “1분은 넘기고 싶지 않았다”며 만족하지 않았다. “1분 2초를 뜻하는 ‘102’라는 숫자가 나이보단 적으니 괜찮은 성적 아니냐”는 물음에는 “노(No)”라고 단호히 답했다. 이 대회에서 105세 이상 여성 부문은 올해 처음 생겼다.
호킨스는 미국에서 유명한 고령 스포츠 스타다.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교사였던 호킨스는 여러 차례 시니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80살에 사이클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금메달도 땄다. 100살이 되던 해에는 “사이클에서는 더 이상 동년배 경쟁자가 없다”며 단거리 육상으로 전환했다. 이후 2017년 ‘100세 이상 여성 부문’에서 100m 금메달을 땄고, 2019년에는 100m, 50m에서 2관왕에 올랐다.
정원 가꾸는 것이 취미인 호킨스는 달리기를 매일 하진 않지만 활동적으로 지낸다고 밝혔다. 앞으론 하루 1, 2마일(1.6~3.2㎞) 씩 걷거나 조깅할 계획이라고 했다. 열정적으로 달리는 그를 사람들은 ‘허리케인 호킨스’라고 부르지만 정작 자신은 ‘플라워 레이디(꽃 가꾸는 여자)’란 별명이 더 좋다고 했다. 그는 “달리는 것이 너무 좋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도 너무 좋다”며 “달리는 모든 순간이 마법 같다”고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