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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원의원 만난 이재명 “美 승인해 한일합병”

입력 | 2021-11-12 16:49:00

野 “터무니없이 단순화…심각한 외교 결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접견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일본에 한국이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서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복잡한 국제정치적 원인이 작용해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터무니 없이 단순화시킨 반(反)지성적 편견”이라며 이 후보가 분단의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오소프 의원과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은 미국의 지원과 협력 때문에 전쟁을 이겨서 체제를 유지했고 경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얻었다. 그런데 거대한 성과의 이면에 작은 그늘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언급했다. 가쓰라-태프트 협약은 1905년 미국과 일본이 각각 필리핀과 한국을 식민지배하는 것을 상호 인정한 비밀 협약이다.

이 후보는 “결국 마지막에 분단도 역시 일본이 분할된 게 아니라 전쟁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할되면서 전쟁의 원인이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는 상원의원께서 이런 문제에까지 관심을 갖고 인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전해 들었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고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소프 의원은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지난 1월 미국 조지아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오소프 의원(민주당)은 34세의 미 최연소 연방 상원의원이다.

면담에 배석한 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그 이야기(가쓰라-태프트 협약)를 꺼낸 것은 오소프 상원의원이 한미일 역사, 식민지 관련해 관심이 많고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운동에도 참여하고 성원하는 과정에서 한국 현대사에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들어서 그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발언을 두고 “무지성 궤변 본능은 외교 무대에서도 예외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반미(反美) 감정을 미국 상원대표단에게 설교하듯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태도 역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 상원대표단의 방문 목적에 찬물을 끼얹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권여당 대선후보가 처음 만나는 혈맹국 의원에게조차 ‘네 탓’을 시전할 것이라고는 미처 상상할 수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이날 오전 미국 방한단 접견에서 오소프 의원을 만났다. 윤 후보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이제는 안보를 넘어서서 글로벌한 이슈까지 한미간에 확고한 동맹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