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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만든 가톨릭 조각가의 ‘구순 이야기展’

입력 | 2021-11-13 03:00:00

원로 조각가 최종태 작품전 개막
덕일 스님-윤시몬 수녀 등 한자리에



12일 개막한 ‘최종태, 구순을 사는 이야기’전을 찾은 덕일 스님, 윤시몬 수녀, 최 조각가,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왼쪽부터).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12일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에서 원로 조각가 최종태 서울대 명예교수(89)를 초대한 ‘최종태, 구순(九旬)을 사는 이야기’전이 개막했다. 그의 작품들이 빚어낸 인연의 추억을 간직한 이들이 모여들었다. 서울 길상사 주지 덕일 스님과 꽃동네 윤시몬 수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다.

2000년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 가톨릭 성모상을 닮았다는 말까지 나온 최 조각가의 관음상이 봉헌됐다. “제가 가톨릭을 대표하는 조각가인 데다 전통적인 불상이 아니라 길상사에는 어렵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법정 스님이 집으로 찾아와 ‘정말 좋다’며 작품을 맡기더군요.”

덕일 스님은 “은사 스님은 항상 겉으로 드러난 형상에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셨다”며 “불상이나 성모상에 공통된 모성(母性), 나아가 중생을 도우려는 마음을 중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윤 수녀는 최 조각가와 꽃동네의 오랜 인연을 들려줬다.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의 고교 시절 미술교사가 바로 최 조각가. 충북 음성군 꽃동네와 맹동성당, 강화도 꽃동네 등에 그의 가톨릭 조형물들이 봉헌됐다. 강원도에서 농사와 글쓰기로 인생 3모작을 일구고 있는 안 명예교수는 “2년 전 고성 산불로 집은 물론 아끼던 최 작가의 그림 2점이 소실됐다. 구순에도 작업을 멈추지 않는 작가의 열정을 지켜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조각 42점을 비롯해 테라코타, 청동, 나무 등을 소재로 한 작품 77점이 출품됐다. “최근에도 작업하냐”는 질문에 노조각가는 빙그레 웃으며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 붉은 나무 작품이 석 달 전 작업한 거죠. 미수(米壽·88세)를 넘기니 스승이나 세계미술사 거장들에게서 벗어나더군요. 머리가 자유로워지고 손이 알아서 흙을 붙여요.”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