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그제 청년들이 참가한 가상화폐 토론회에서 “대규모 토지 개발, 부동산 개발에서 나오는 이익을 기초 자산으로 해서 전 국민에게 가상자산을 지급하고, 전 국민이 거래하게 하면 일종의 가상자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가상화폐 투자수익 과세를 1년 미루자고 주장한 데 이어 정부가 가상화폐 발행의 주체가 돼 시장을 주도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 후보의 제안은 정부, 지자체가 걷는 각종 개발부담금, 세금 등을 기초로 일종의 ‘스테이블 코인(금, 달러 등에 연동해 가치를 안정시킨 코인)’을 발행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개발이익, 불로소득을 100% 환수하겠다”는 공약대로 이익을 거둬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이재명표 가상화폐’를 발행해 국민에게 나눠 주겠다는 뜻이다.
이미 ‘전 국민 기본소득’을 약속한 이 후보가 가상화폐를 발행해 국민에게 뿌리겠다는 것은 선거용 현금 살포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화폐 기능을 하는 거래 수단으로 쓸 수도 있도록 설계 중”이란 설명으로 볼 때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부딪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발행 주체가 정부여서 한은이 준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혼선이 빚어질 수도 있다.
가상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 시점을 2023년으로 늦추고 공제 한도를 대폭 높이자는 이 후보의 주장도 문제가 크다. 여야정 합의를 통해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는 정책을 뒤집는다는 것은 정부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가상화폐, 블록체인 기술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전 국민에게 나눠 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자칫 2030세대를 투기판에 끌어들여 청춘을 탕진하게 만드는 폐해를 낳지 않을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충돌할 소지는 없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설익은 아이디어를 쉽게 던지거나 오랜 합의를 통해 결정된 정책을 함부로 뒤집으려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