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부, 병상확보에 사활…의료계 “환자 돌볼 인력 없다”

입력 | 2021-11-13 07:34:00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2021.11.1/뉴스1 © News1


수도권 지역 내 중환자 병상이 빠르게 차오르자 정부가 의료대응 역량 보강에 나섰다. 연일 계속된 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증가세에 대응하겠다면서도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을 섣불리 발동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정부는 1주일 만에 또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내렸고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과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을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상황을 놓고 전문가들과 체감 차는 있지만,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최대한 대비하려는 모습으로 읽힌다.

◇위중증 환자 사흘째 최다…서울 중환자 병상가동률 75.4%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2일 0시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475명을 기록했다. 10일 460명부터 11일 473명에 이어 이날로 사흘째 최다치를 경신했다. 475명 가운데 84.6%를 차지하는 402명은 60대 이상으로 70대 137명, 60대 136명, 80대 이상 129명 등으로 구분됐다.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11일 오후 5시 기준 58.5%를 기록했는데 환자가 몰린 수도권 상황이 심각하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3.1%이고 준중환자 병상 76.1%, 중등증 병상 75.3%가 이미 사용 중이다. 특히 서울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5.4%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을 중단하는 ‘비상계획’ 발동 조건(75%)을 넘어섰다.

앞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지난 5일 수도권 종합병원에 “하루 7000명의 확진자 발생도 감당할 수 있도록 중증환자 전담 병상과 준중환자 병상을 마련해달라”며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를 통해 22개 상급종합병원에서 402개의 준중환자 병상, 692개 중등증 병상 등 총 1094개의 준중환자·중증환자 병상을 확보했다.

이로써 위중증 환자 500명 이내로는 의료대응이 원활한데, 500명보다 더 나와도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행정명령으로 병상을 확충하면, 상태 호전된 중환자들을 준중환자 병상으로 보내는 등 효율화 작업도 원활하리라고 전망했다. 감당 가능한 수준이 500명이라고 밝혔던 데는 병상 확충 이전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려 커지자 1주일 만에 또 병상확보 행정명령…효율화 꾀한다

하지만 환자 증가 속도가 빠른 게 문제다. 중수본은 수도권 내 700병상 이상 종합병원 7곳에 준중환자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12일 발동했다. 각 병원은 허가 병상의 1%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1주일 만에 행정명령을 또 내린 셈인데 두 번의 명령으로 확보할 준중환자 병상은 총 454개로, 전국 중증환자 병상 수는 총 909개로 늘어난다.

병상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중증병상의 경우 중환자실 입원 적정성 평가를 강화해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 위주로 운영하고, 상태가 호전된 중환자를 연계해 치료하는 준증증병상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중등증병상에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를 적시 퇴원시켜 퇴원환자를 거점 생활치료센터 또는 재택치료와 연계하도록 해, 입원일수에 따른 차등 인센티브, 퇴원기준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다.

이에 의료 현장에서는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라고 했다. 수도권 의료현장에서는 아직 비상계획이 발동되지 않았는데도, 며칠 전부터 중환자 병상이 모자라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전원) 사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은경 청장 역시 다음 달 일상회복 2단계로의 전환은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 청장은 지난 10일 “확진자 규모는 예상 범위에 있는데, 위중증 환자가 좀 더 빨리 늘었다. 상황이 나빠지면 1단계로 계속 가거나 조치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비상계획 관련 세부 지침을 이번 주에 확정해 (16일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감염 재생산 ‘1.07’로 떨어져…정부 “비상계획 거론할 때 아냐”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된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 발동과 관련해 재차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국내의 유행 정도를 나타내는 감염 재생산지수(Rt)가 ‘1.2’에서 ‘1.07’로 떨어졌다는 근거를 들며 “앞으로 상황을 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12일 브리핑에서 “이행계획을 발표할 때 4주간 유행 상황을 보고 2주간 평가해서 (비상계획을) 결정하도록 했다. 지금 한다, 안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감염재생산지수는 1.2에서 1.07 정도로 다소 떨어졌다. 앞으로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통제관이 브리핑 도중 ‘1.07’ 라는 수치를 꺼내며 전주보다 현 상황이 안정적이라는 취지로 밝힌 데 대해 방역당국은 “지수가 지난주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1 이상이라 환자 증가 추세는 지속 중이며, 정확한 값은 주간 단위로 공개하겠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비상계획을 특정 지역에 부분적으로 시행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 초기, 벌써 과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명 피해와 의료현장의 부담을 모른 체하고 방역을 완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는 확진자가 7000명~1만명 나와도 병상을 늘렸다는 이유로 위드코로나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중환자는 1000명”이라며 “확진자 5000명에 병상가동률이 60%를 초과하면 비상계획 발동해야 한다. 위드코로나를 단계적으로 하듯, 비상계획 역시 단계적으로 발동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도 “앞으로 위중증 증가세는 불가피하다. 방역은 완화하기 나름이지만 환자 규모를 관리하며 속도 조절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수도권 내 병상 부족이 현실화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병상 가동률이 75% 수준에 가까우면 방역 완화를 지속할 수 없고, 멈춰야 한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