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주 동안 전국을 순회하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활동 시작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당내 경선 후유증이 지속된데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컨벤션 효과에 치여 이 후보는 최근 지지율 답보 상태에 빠진 상황. 그러나 현역 의원 163명이 모두 참여한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의 닻을 올렸고, 민주당 열세 지역인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의 소통 행보를 시작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 與 “세(勢) 과시없이 민생 경청에만 집중”

이 후보가 14일 찾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인수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노동조합원들에게 유보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이날 “노동자 구조조정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당사자가 감내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인수합병과 관련한) 약속을 할 수 없는 상황인 점은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약속하면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당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불가능한 약속을 해서 희망고문을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지역 청년들과 함께 하는 ‘국민반상회’를 매타버스 내부에서 잇달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아재(아저씨)’ 냄새가 나긴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오늘 얘기로 끝낼 게 아니라 가능하면 정책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의 강점인 대중 접촉 능력을 선보이기 위한 일정”이라며 “특히 젊은층들을 중심으로 이 후보에 대한 오해를 덜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부산 재미없다” 李 발언에 野 비난 쏠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지역 비하 DNA”라고 맹비난했다. 김병민 대변인은 14일 “이 후보는 지역비하 DNA를 계승하려 하는가”라며 비판 논평을 냈다. 김 대변인은 과거 “부산에 올 때마다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생각한다”는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과, “(부산시민은) 어떻게 나라 걱정만 하시는지 한심스럽다”고 한 민주당 박재호 의원의 발언도 함께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부산 지역을 깎아내리는 발언도 충격이지만 이 후보는 강남 같아야만 재미가 있다는 자기 고백에 나선 것인가”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준 부산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이 재미없어 죄송하다”며 “이 분 역시 사고의 틀이 수도권 중심주의에서 한 걸음도 못 나오고 있다는 생각에 걱정스러울 따름”이라며 가세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