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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판사사찰…공수처, 尹-손준성 연결고리 찾기 총력

입력 | 2021-11-14 20:15:00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판사 사찰 문건 의혹’으로 수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 두 사건의 핵심 피의자는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다. 그의 혐의 입증 여부에 따라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로 가느냐 못 가느냐가 결정될 거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10일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 전 정책관에 대한 2차 소환 조사를 진행하고 지난 11일 조서 열람까지 마쳤다. 손 전 정책관에 대한 고발사주 의혹 관련 추가 소환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손 전 정책관이 윤 전 총장의 지시나 승인 등을 받고 고발장 작성 및 전달에 관여했을 것이라 의심하고 지난 9월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약 두 달간 대검, 국회 등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하고 손 전 정책관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을 소환했음에도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공수처는 두 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손 전 정책관에게 여러 정황증거를 제시했다. 공수처는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직원들이 고발장 관련 사건을 검색하기 약 20분 전 손 전 정책관과 통화한 내역을 제시하고 고발장 작성 및 자료수집을 지시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손 전 정책관 측은 통상적인 업무 통화였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채널A 사건’ 관련 기자들, 김 의원과 제보자 조성은씨(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등 제3자들 사이의 통화 녹취록을 제시하며 관련 경위를 물었지만 손 전 정책관 측은 ‘제3자들 사이의 일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채널A 사건’ 보도 당시 손 전 정책관과 한동훈 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권순정 전 대검 대변인 사이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 횟수와 지난달 국정감사 당시 권 전 대변인의 발언 등을 제시하며 공모 여부를 추궁했으나 손 전 정책관 측은 당시 채널A 사건을 언급했는지 알 수 없고, 관심이 없어 대화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지난 3일 김 의원이 공수처 소환조사에서 ‘손준성 보냄’ 파일의 전달 경위 등 손 전 정책관 관련 진술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서도 물었지만 손 전 정책관은 ‘김 의원의 진술 거부에 대해 밝힐 입장은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현재까지의 수사로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주요 피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하거나 윤 전 총장까지 수사를 진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공수처는 ‘판사 사찰 문건 의혹’으로 손 전 정책관과 윤 전 총장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을 새로운 통로를 찾는 모양새다.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판사 사찰 문건 의혹으로 윤 전 총장을 입건했다. 또 비슷한 시기 손 전 정책관을 추가로 입건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판사 사찰 문건 의혹은 윤 전 총장이 지난해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의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여부, 취미 등 개인정보를 기재한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는 게 골자다.

공수처는 앞서 서울행정법원이 윤 전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결하며 판사 사찰 문건 작성 등에 대해 ‘검찰총장의 직무범위를 벗어나 내린 위법한 지시였다’고 판시한 점을 입건 결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판결문에는 ‘윤 전 총장이 손 전 정책관에게 자료를 모아 작성한 뒤 반부패·강력부 및 공공수사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둘 사이에 오간 지시와 보고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공수처는 이를 토대로 윤 전 총장과 손 전 정책관 사이의 지휘·보고 쳬계를 파악한 뒤 이를 현재 수사 중인 고발사주 의혹이나 기초조사 단계에 있는 장모문건 대응 의혹 등 관련 사건에 대입해 적용해볼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26일 손 전 정책관의 구속영장 청구 당시에도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검찰이 조직적으로 불법을 자행했음을 주장하며 판사 사찰 문건 의혹, 장모문건 대응 의혹 등을 함께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판사 사찰 문건 의혹에서 파악되는 단서를 별건인 고발사주 의혹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법조계의 한 변호사는 “판사 사찰 문건 의혹을 밝혀냈다 치더라도 (고발사주 의혹은) 양상도, 시기도 다르고 등장인물만 일부 겹치는 사건이다. 다른 사건으로 고발사주 의혹을 밝혀낸다는 전제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천=뉴시스]